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내가 늘 말하는 것이지만 아버지가 혁명가라고 하여 자식들이 저절로 혁명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혁명가유자녀들이 진정한 혁명가가 되려면 부모들의 혁명정신을 본받아 대를 이어 혁명을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와 굳은 각오를 가져야 하며, 혁명실천을 통하여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하여야 합니다.'
이는 김일성이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완성할 데 대하여 당, 국가 간부들에게 한 유명한 교시입니다. 가정혁명화와 자식교육을 위해 늘 새기던 명언이죠. 이를 해석하면 아버지가 수령이고, 지도자라고 아들이 저절로 수령,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김일성의 유훈교시에 비추어 볼 때 지금 노동당과 인민의 새로운 최고령도자 김정은, 최고사령관 김정은은 과연 혁명가일까요?
우선 그는 아버지가 최고사령관이었다고 그가 죽자마자 눈물도 마르기전에 그 자리를 꿰찼습니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의 당 총비서자리를 애도기간이 끝난 몇 년 후에야 차지했는데 말입니다. 단순 비교해도 김정은은 아주 버릇이 없네요.
그렇다고 자격은 있을까요? 아버지 김정일이 10월 8일에 유훈으로 남겼다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안됐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수령, 지도자라고 아들에게 자동으로 그 자리를 유훈으로 물려주는 것은 선대 김일성의 유훈교시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요?
전체인민의 한결같은 추대와 노동당 정치국의 결정에 의한 것으로 포장이 됐지만 이것도 큰 문제입니다. 북한인민들은 다 썩은 김 부자 칭송 구호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도 목숨을 바쳐야 합니다. 집에 불이 나면 자신과 가족의 운명보다 김 부자 초상화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강요당합니다. 그래야 영웅이 되고, 좋은 직업도 갖고, 영생하게 되죠.
이런 세상에서 인민들에 의해 뽑혔다는 것은 애초에 말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고사령관 후보자가 몇 명 있기라도 했나요?
정치국 위원들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들도 인민이 뽑은 게 아니라 김정일이 임명한 사람들이죠.
그리고 10년 동안 만기 복무로 꽃다운 청춘을 깡그리 바치는 100만이 넘는 군인들, 혁명가들이 있는데 이들 중 한 명이 최고사령관이 돼야지 군 복무를 하루도 하지 않은 김정은이 된 것은 김일성 유훈교시에 대한 반항입니다.
김일성은 또 진정한 혁명가가 되려면 부모들의 혁명정신을 본받고, 혁명실천을 통하여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해야 한다고 교시했습니다.
그런데 손자 김정은은 혁명실천으로 단련하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전체 군인들,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배를 채울 풀죽도 없어 굶주림에 허덕이는데, 어린이들은 영양실조로 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온 나라가 세계적인 구걸로 연명하는데, 자기는 옷이 터져라 살을 찌우고 있습니다.
쌀값은 2년 사이 20배 넘게 올랐고, 인민들은 추위에 떨고 있는데 자기는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 흉내 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머리모양도, 옷차림도, 박수치는 것도, 걸음걸이도, 웃는 것도, 심지어 사인도 따라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그것만 연습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급하게 따라하다 보니 아버지가 죽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김일성의 환한 미소로 군부대도 방문했고 이를 중앙TV에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공훈합창단 공연을 자주 보았다고 은하수 관현악단의 공연도 보고요.
일반인들도 사실 부모가 사망한 후 15일내에 공연 관람하지는 않을 텐데 참 요지경입니다.
김일성의 유훈교시가 맞습니다. '아버지가 혁명가라고 자식이 저절로 혁명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수령절대주의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유훈교시를 철저히 관철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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