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대에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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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종북강연회 시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은미씨가 강제로 출국을 당해 그 논란이 일단은 사그라질 전망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그는 남한에 앞으로 5년 동안 들어올 수 없으며, 그 후에도 입국 타당성 검토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입국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신은미씨의 강연내용에 대해 '북한에서 치밀하게 사전 연출된 사실에 기초하거나, 신씨의 지역적•다년간의 경험에 기초한 걸 일방적으로 왜곡해 마치 그것이 북한 전체의 실상인양 오도함으로써 결국 북한 세습정권과 독재체제를 미화 내지 이롭게 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신씨를 기소유예 처분해 미국으로 돌려보낸 것은 '미국 시민권자로서 초범인 점, 민권연대와 황선 등이 주도하는 행사에 이용된 측면이 있는 점, 검찰조사에서 북한의 3대 세습과 독재체재, 인권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진술 태도를 보인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씨는 출국하는 시점까지, 그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반성하는 태도는 전혀 공개적으로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신당한 심정'이라며 자신을 변호하기에 급급했습니다.

미국 공항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민족의 영웅'으로 환영하는 반면, 보수단체들은 '북한이 좋으면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해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가서도 샌다고 결국 남남갈등으로 몸살을 앓은 사안이 미국 땅에서도 국제적으로 비화되는 셈입니다.

이번의 이 요란한 소란은 사실 자기는 평범한 아줌마이며, 여행자의 일원으로 평양에 갔다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들 난리냐고 할 만한 신은미씨 본인의 행동과 발언으로 발생한 일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신은미씨가 보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극히 일부분이고, 북한당국이 보여주고 홍보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라는 거죠. 그것 말고도 북한에는 3대 세습이라는 엄청난 불합리가 존재하고, 20만의 정치범수용소 수용, 개탄스러운 인권침해도 존재한다고요.

이러한 논란과 갈등을 신은미씨는 본인이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것도 단 몇 마디의 해명으로요. '여러분들의 우려와 문제제기를 저는 인정합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다만 내가 보고 들은 북한의 극히 일부분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보는 북한의 모습들도 모두 오늘의 분한 현실일 것입니다.' 이렇게요.

그런데 그는 검찰에서는 좀 반성했다고는 하지만 공개적으로, 제 입으로는 아직 이러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죠.

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만일 북한에서 꼭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면 신씨가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인민재판, 사상투쟁 무대에 끌어내는 것을 우스갯말로 '덕대에 올린다'고 하죠.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은 막말로 '덕대에도 제대로 서보지 못하고' 자기 조카에게 처형당했습니다.

'꽃제비' 사진을 찍은 미국시민은 15년 강제노동 구형하고, 성경책을 호텔방에 두고 나온 사람도 구금했는데 신은미씨가 북한 전역을 순회하면서 남한을 비호두둔하고 남한이 원하는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평화와 통일을 설교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