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은 어제 염수정 서울 대교구 대주교가 새 추기경으로 임명돼 꽤 들뜬 분위기입니다. 큰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죠.
추기경은 카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보좌하는 최측근이자 최고위 성직자입니다. 추기경이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은 없지만 한국 카톨릭은 '사제 서품을 받은 이 가운데 신심과 학식, 품행을 갖추고 업무처리 역량이 특출한 이를 교황이 자유로이 선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추기경의 신분상 직위는 종신직이나 80세가 되면 법률상 모든 실질 직무는 종료된다고 하네요. 추기경의 가장 큰 권한은 교황선출권입니다. 현재 전체 추기경은 199명인데 이 가운데 80세 미만이 123명으로 이들은 시스티나성당에 모여 콘클라베를 통해 새로운 교황을 뽑습니다.
이번 새추기경 지명은 한국역사상 김수환, 정진석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라 더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사회가 세계종교계와 평화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죠.
염수정 대교구의 추기경 지명에 대해 서울 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서울 대교구는 세 번째 추기경 서임을 한국 교회의 기쁨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과 더 함께 하는 교회가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이어 '염 추기경은 겸손하고 소탈하며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면서 '교황께서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임명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규정하고 철저히 배격하니까 외부 자유세계에서 어떤 이유로 추기경임명을 경사스러워 하고 기뻐하는지 잘 이해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혁명연극 '성황당'에서 형상했듯이 '2중적이고 겉과 속이 다른 종교인들'이 어떻게 사회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는지도 잘 이해돼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북한에서는 천주교, 기독교, 불교단체 간부들은 모두 통전부와 노동당원들이 맡고 있죠.
그러나 종교는 자본주의 세계, 자유세계에서 북한식 표현을 빌면 '주체사상,' '마음의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맡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화투사들의 피난처, 사회의 아픔을 감싸 안고 치유하는 마지막 지탱 점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죠. 북한TV에 자주 나왔듯이 명동성당은 북한주민들에게도 많이 익숙한 곳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물론 불법이지만 철도파업에 참여했던 노조간부들도 체포령이 떨어지자 조계사로 피신했었죠. 이 종교 시설들은 신성불가침으로 국가가 공권력을 함부로 투입하지 않으며, 최대한 대화나 타협으로 문제해결을 모색하게 합니다.
현재 로마 카톨릭 교황 프란시스코는 아르헨티나 추기경 출신으로 1,200년 만에 비유럽 권 성직자가 교황으로 선출된 사람입니다.
그는 겸손과 청빈, 검소한 자세로 수억의 카톨릭 신자뿐아니라 많은 세계인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으며,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나아가서 세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그는 로마에서 진행된 큰 행사 때 자기의 친구 신부를 알아보고 자기 차에 태워 큰 화제가 됐었고, 허물없이 신자들과 소통해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과거에 종교 신념과 믿음, 봉사, 헌신으로 성인이 된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인민대중 제일주의의 김일성․김정일주의'와 사랑과 용서, 평화를 추구하는 카톨릭 교회,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 것 일가요? 남과 북의 민중의 현실을 비교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 가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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