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생’과 ‘쏘생’은 대상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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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는 예전부터 이런 은어가 나돌았죠. '탕생'과 '쏘생'입니다. 탕생은 교화소를 한탕하고 나온 사람을 말합니다. 쏘생은 구'쏘련'에 벌목 또는 건설노동을 갔다 온 사람이죠. 일반적으로 외국에 파견근로자로 나갔던 사람을 일컫습니다.

탕생과 관련해서는 이런 유머도 있었죠. 한 친구가 사람들 앞에서 자기 동료를 망신주기 위해 이렇게 물었죠? '너 탕에서 언제 나완?' 그러자 이를 받아치는 사람의 재치가 더 넘칩니다. '너 나온 다음에 나와서~~.'

그러면 북한에서는 왜 탕생과 쏘생을 대상하지 말라고 할까요? 탕생은 이해가 갑니다. 교화소에 일단 갔던 사람이라면 그 어떤 죄를 짓고 갔었겠죠. 즉,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면 나쁜 짓을 하거나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쏘생은 왜 문제가 될까요? 외국에 갔다 온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돈도 좀 얻어 쓸 수 있고, 잘 하면 한국드라마나 외국영화도 좀 얻어 볼 수 있을 텐데요. 특히 과거 구소련에 갔던 사람들은 카메라 필름이나 인화지를 많이 가져오곤 했죠.

그런데 전반적으로 이들에 대한 평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일부는 외국 나가서 세상이치를 깨닫고 왔다, 그 사람 똑똑하다 이런 평가도 하지만 대부분은 외국에서 돈맛보고 달러 맛을 보고 오더니 부모형제도 모르는 인색한 사람이 됐다, 도덕성이 없다고 평가받습니다.

뭔가 한 가지 선물이라도 기대하고 외제 상품이나 돈을 기대하는데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줘서 문제죠. 오죽하면 외국 나갔다 귀국 시 비행기탈 때 생각이 다르고, 도착할 때 다르고, 다음날 다르고, 한 주, 한 달이 지나면 달라진다고 하겠습니까.

북한의 가난과 결핍을 현실에서 접할수록, 그리고 돈이 줄어들수록 인사차림하려 했던 마음이 계속 바뀐다는 거죠.

이런 쏘생들이 요즘 부쩍 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훨씬 강화되면서 파견근로자들의 북한 복귀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중국이 매일 150명씩 철수시킨다는 얘기도 있고, 유럽이나 중동 등지에서는 이미 노동비자를 더는 허가하지 않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근로자가 가장 많이 나가있는 곳은 중국과 러시아죠. 그 인원수가 무려 17만 명에 달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중국에 봉제업과 식당, IT, 호텔 등 관련 종사자들이 12만 명 있고, 러시아에는 벌목공, 건설자, 농업종사자 등 5만 명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월급은 러시아 600달러, 중국 500달러 기준인데 대부분 노동당에 뺏기고, 한 달에 100달러정도 받고 있죠. 그마저도 옛날 러시아의 경우에는 현금을 주지 않고 귀국할 때 상품권으로 줬죠.

강화된 대북제재로 당국에 들어가는 수억 달러의 자금줄에도 큰 차질이 생기게 됐습니다.

북한에서는 탕생과 더블어 쏘생과 대상하지 마라라는 말이 유행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김정은이 이끄는 나라 북한인 '김생'과 대상하지 마라가 유행하는 형국입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