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는 미국과 관련된 말들이 참 많습니다. 대체로 대결과 증오를 나타내는 표현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 제국주의죠. 여기에 각종 수식어들이 더 붙어 그 내용을 '승화'시킵니다. '승냥이 미 제국주의, 날강도 미 제국주의, 패권주의 미 제국주의,,,'
다른 나라나 문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섬뜩한 구호나 표어들도 있습니다. '미제의 털가슴에 복수의 총창을 박는 심정으로!' 이 심정으로 군인들은 훈련을 맹렬히 하고, 노동자들은 생산을 격렬히 하고, 학생들은 학습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유치원 어린이들까지도 군사놀이나 운동회를 하면 몽둥이로 허수아비로 된 미군을 때려눕히는 놀이를 밥 먹듯 합니다. 포스터를 그려도 미국을 타승 하는 장면, 그림을 그려도 미국의 '만행'을 고발하는 그림을 그려야 하죠.
반미, 반종교 세뇌의 극치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그림도 한편 있습니다. 북한 소학교 교과서들에 도배된 내용인데요, '미국선교사가 땅에 떨어진 사과 한 알을 주어먹은 소년을 붙잡아 사냥개를 풀어 물어뜯게 하고, 이마에 청강수로 도적놈이라고 글자를 새겼다는 것'입니다.
미국 선교사를 '살인마'로, 기독교를 '악마의 집단'으로 묘사한 것은 또 있습니다. 북한 여성동맹기관지인 『조선여성』 2007년 7월호에 실린 내용인데요.
'남성병원은 살인귀들의 소굴이었다.'는 제목의 이 계급교양 선전물은 '해방 전 개성 시 만월 동에 세워진 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남성병원'에서 그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인간을 생체실험대상으로 이용했다'고 하고 있죠.
'1900년 중반 눈 치료차 '남성병원'에 입원한 옥주라는 소녀는 미국선교사가 준 '살인 약'을 바르고 두 눈을 완전히 잃었다는 것, 그러나 미제선교사 놈의 야수적 만행에 의해 억울하게 두 눈을 잃었던 그는 위대한 수령님의 품에 안겨서야 비로소 광명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죠.
'승냥이가 양으로 변할 수 없듯이 미제의 야수적 본성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글의 핵심인 결론도 잊지 않았습니다.
대외활동도 예외가 아닙니다. 언젠가 피델 카스트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연도 환영에 동원된 수십만 평양군중이 이런 구호를 합창하기도 했습니다. '쿠바 시, 양키 노. 쿠바 시, 양키 노!' 그것도 쿠바가요의 운율에 맞춰서요.
각종 예술영화나 작품들을 통해 익숙해진 유머적인 표현과 말들도 많습니다. 'Made in USA!', '내 뒤에는 미국이 있다!'라는 배우들의 연기 중 발언들은 모두 '남한의 대미 사대주의'를 비꼬거나 야유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입니다.
북한에서 '미국은 악의 대명사, 불의의 대명사'입니다. 그러나 이 '승냥이 미 제국주의'는 북한주민들을 무척 아끼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2004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한데 이어, 얼마 전 미 의회는 버림받은 탈북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입양하고, 돌보는 '탈북어린이 복지 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습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비준으로 미국 정부는 앞으로 탈북 어린이들의 실태와 보호, 입양 전략을 보고서로 만들어 의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중국에는 북한을 탈출한 여성들과 중국인들 사이 생긴 무국적 고아, 비보호 어린이들이 2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많은 북한여성들이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될 신분상 위험,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생계부담 때문에 중국에서 인신매매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헐값에 몇 번씩 팔려 다니고 있으며 초보적인 인권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이 결심하면 한다는 조선, 광명성 3호 발사를 성공한 '백두산강대국' 조선이 돌보지 못하는 탈북 어린이들을 '승냥이 미 제국주의'가 돌보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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