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가는 길 험난하니 탈북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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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도 인제는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밤이 깊으면 반드시 날이 빨리 밝듯이, 봄날의 눈석임도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 북한관련 웹사이트 '데일리NK'를 검색하던 중 이런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량강도 주민 18명이 집단 탈북하다 체포되었는데 그들의 주머니에서 체제를 비난하는 쪽지가 발견되었다는군요.

내용은 '가는 길 험난하니 탈북만이 살길이다.' '조선인민은 좋은 인민이 아니라 바보 인민이다.' '자유를 찾아 남조선으로!'입니다.

북한에 잘 알려진 유명한 구호들을 풍자한 글이죠. 북한에는 참 유명한 구호들이 많습니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고난의 천리가 가면, 행복의 만리가 온다.'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어떻게 이런 기발한 구호들을 만들어 내는지 대단합니다. 가끔씩 드는 생각이지만 여기에 종사하는 선전선동부 사람들이 자유세계에 와 대통령 선거를 주도하면 반드시 이기리라고 자신합니다. 당명, 구호 같은 것은 거의나 생명이거든요.

요즘에 회자되는 구호들에는 '단숨에!' '더 높이, 더 빨리!' '발은 자기 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가 있습니다.

이를 본받아서, 아니면 많이 습관 되어서 그런지 일반 주민들도 유머러스한 말들을 많이 생산해 내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탈북한 어떤 이는 '나는 주체사상이 가리키는 대로 탈북 했다.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 아닌가.'라는 말을 하던데 참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은 멋있지만 이런 쪽지를 가지고 탈북하다 걸린 사람들은 어떻게 처벌될지 걱정입니다. 국경도강도 문제인데, 남한에 가려 했으니 더 큰 일이고, 김정일의 '말씀'까지 풍자했으니 총살당하지 않으면 다행이고, 아마 최소한 종신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을 것 같습니다.

탈북자 문제는 요즘 남과 북 할 것 없이 요란한 이슈입니다. 며칠 전 남한에 왔다 다시 북한으로 들어간 김광호 부부와 조경희씨의 인터뷰를 TV로 봤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참 기구한 운명이다. 어른들은 어쩔지 모르겠지만 3살 난 얘는 앞으로 어쩌지' 하는 생각에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도 많은 부분은 거짓말입니다.

우선 중국에서 활동하는 목사, 종교인들에 대한 얘긴데요, 그들은 누구를 이용하거나, 그 어떤 숨은 목적을 갖고 탈북자들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자기 생명까지 내 걸고 탈북자들을 구출하죠.

생명을 한명이라도 구하고, 어린이를 한 얘라도 사지에서 구원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신앙심과 교회, 사회와 집단 앞에 총화 받고 책임지기도 해야 합니다.

다음은 남한으로 오게 된 동기인데요, '괴뢰패당의 꼬임 수에 넘어가 남한으로 끌려갔다'고 했는데 남들을 속이면서까지 데려오는 남한사람은 한명도 없습니다. 오히려 남한 외교부는 탈북자 구출에 치밀하지 못하다고 만날 욕만 먹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북송될 위협을 매일과 같이 느끼면서 숨어 사는 탈북자들을 남한까지 데려오려면 숨겨주고, 먹여주고, 중국대륙을 횡단해 태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가기까지 많은 비용이 듭니다. 때론 잡히면 감옥살이를 하거나 벌금도 많이 내야 하죠.

일부 악덕 탈북브로커들이 있어 문제는 좀 있지만 상당한 비용도 들고 또 그 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욱이 탈북 브로커들이 없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떠돌다 북한으로 잡혀가야 할 겁니다.

탈북자들에게 남한에 들어오면 국민임대주택을 주고 정착금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이런 결심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죽음의 사선을 넘어 자유의 땅에 왔는데 내가 못 할게 뭐이가.'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