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김광진 객원연구원이 전해드립니다.
존경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의 식량사정과 그를 해결하기 위한 북한당국의 정책과 문제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에서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주체적인 방법, 자력갱생의 정신'으로가 아니라 어떻게 '외세에 의존'하여 연초부터 '천리마를 탄 기세'로 '쌀 동냥'을 하는지 말입니다.
'고난의 행군'이 절정이던 1990년대 후반 평양에 이런 소문이 난적이 있습니다. 중국의 한 언론사가 북한의 식량사정을 전하면서 김정일의 쌀 지원요청을 '조선의 상징인 천리마'에 비유했다는 것입니다. 즉 북한이 천리마를 타고 한 손에 볏단대신 동냥바가지를 들고 쌀을 구걸한다는 것이었죠.
당연히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기분이 상했습니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이 됐을까 하는 실망도 컷습니다.
1961년 김일성생일 49돌을 맞으며 만수대창작단이 집체 창작한 '인민상계관작품, 기념비적 조각'인 천리마 동상! '노동당 중앙위의 붉은 편지'를 높이 치켜 든 노동자와 볏단을 안은 여성농민이 함께 탄 날개를 쭉 뻗은 전설속의 천리마 청동조각상은 그야말로 '영웅적 조선인민의 상징, 자존심'이었습니다.
'남이 한 걸음 걸을 때 백 걸음, 천 걸음으로 달린다'는 '주체 조선의 혁명정신, 건설속도'를 형상한 것이죠. 이념과 체제를 떠나 '천리마를 탄 북한'은 한 때 동방의 기적일 정도로 그 발전속도와 성장을 서방으로부터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지금은 '발전과 창조의 천리마'가 아니라 '동냥과 구걸의 천리마'를 타고 세계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공손히 지원요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한 손으로 핵, 미사일, 천안함폭침, 연평도 포격이라는 온갖 위험한 불장난과 도발을 하면서 말입니다.
올해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에서는 작년 두차례 김정일의 방중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전통적인 조중친선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려 세운, 그리고 조선혁명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한 력사적인 장정'이었다고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정 반대입니다. 지원을 요청하는 김정일에게 후진타오는 2000만명도 먹여살리지 못하느냐고 훈시하면서 거절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13억이나 되는 국민들을 배불리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중국에 흔해 빠지고 넘쳐나는게 먹을거리니까요.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 등소평의 '흑묘백묘론' 때문입니다. 다시말해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적 사상의 덕택이죠.
그도 공산주의자입니다. 중국 공산당의 시조 모택동의 후계자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그는 변천하는 세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발전은 고사하고 결코 생존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제때에 깨달았기 때문에 개혁, 개방을 받아 들여 중국을 오늘 날의 세계 제2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빈국, 13억인구의 나라를 먹을 걱정이 없는 유족한 나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변화를 거부하고 3대세습까지 강행한 북한은 지금 어떻습니까? 인민들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은 고사하고 풀죽도 실컷 못 먹이고 있으며 수십 년 동안 세계를 향해 '천리마를 탄 기세로 동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식 '천리마 동냥'과 갈취는 중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미국에도 식량지원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대화, 당국자회담, 적십자회담, 국회회담 등 전면적인 대화공세를 펴고 있으며 어떻게 하나 이를 성사시켜 그 대가로 식량, 비료, 현금유입을 꽤하고 있습니다.
'외세에만 의존'하여 식량을 해결하려는 김정일의 정책은 '주체, 자주, 자립'을 부르짖는 김일성사상에도 전적으로 배치됩니다. 북한은 중국식 개혁, 개방을 빨리 도입하여 농민들에게 보다 많은 자율권과 물질적 자극을 부여하여 주체적으로 식량을 해결해야 합니다.
또한 '김일성의 유훈'대로 김정일과 손자 김정은은 하루 빨리 평화를 사랑하고 참다운 인권과 자유를 갈망하는 전 세계 진보적 인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여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고 민족의 공멸을 자초하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농업과 경제를 도모하여 북한인민들에게도 자주적이며 창조적이며 유족한 생활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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