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북한에서 김부자 초상휘장을 장마당 비상금으로 이용한다는 소식이 화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김일성, 김정일 두 얼굴이 같이 새겨진 가장 최근에 나온 '쌍상', '겹상'이 제일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된다고 하죠. 인민폐로 40위안까지 한 다네요.
북한주민들이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는, 그것도 심장 가장 가까운 왼쪽 가슴위에 달아야 하는 초사휘장의 역사는 벌써 40년이 넘었습니다. 1970년 김정일의 발기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죠. 이후로 그 종류만 해도 수십여 가지가 넘게 만들어졌습니다.
한 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당 간부들에게 배포된 당기 상, '당상'이었죠. 당 마크가 새겨진 붉은 노동당기가 바탕입니다. 이것만 달면 마치도 신분이 많이 상승된 기분이었죠. 특히 과시욕이 강한 청년들 속에서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장마당에서 돈으로 거래되기 시작했죠.
때론 날치기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녁 또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일부 불량청년들이, 그것도 대부분 여성들의 가슴에서 초사휘장을 날치기로 잡아채가곤 했죠.
당상 외에 각 계층별로 초상휘장 종류가 많이도 생산됐습니다. 인민군, 보위부, 보안부 성원들이 패용하는 군상, 청년들의 청년전위 상, 그리고 재외동포들이 다는 국기상 등이 있었죠.
이외에 아주 작은 원형상도 여러 가지로 제작됐습니다. 뭔가 특이한 새로운 형태의 초상휘장이 나오면 권력자들, 빽이 든든한 사람들이 먼저 달고 다녀 그 세와 신분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외국에 자주 나가거나 대외활동이 많은 외교관들 속에서는 보일 듯 말듯 한 아주 작은 것들이 인기가 좋았습니다.
김정은 초상휘장도 나왔다죠.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하는데 앞장선 국가안전보위부에 먼저 배포했다고 하는데요, "보위부는 김정은 원수님과 선군 조선을 지키는 최전선 사령부라는 사명감을 불어넣으려는 목적"으로 이들 속에서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김일성 배지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사각형 틀 안에 김정은 초상이 둥글게 들어가 있고, 김정은은 무표정한 얼굴에 양복을 입고 있으며 다른 배경 장식은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하네요.
소식통에 따르면 "이 배지를 받은 간부들의 자부심이 대단하고 마치 훈장을 달고 다니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하죠. 또한 "쌍상 휘장을 배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정은 배지가 나오자 다른 간부들은 어리둥절 하는 모습"이라고도 하네요.
김정은 배지를 보고 "너무 이른 것 아닌가"라는 말을 지인끼리 소곤거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하긴 김정일도 자기 초상휘장을 제작하자 김일성이 생존해 있고 권력세습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에 한동안 달고 다니지 못하게 했었죠.
초상휘장은 북한의 3대째 권력세습과 더불어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최초 초상휘장이 나왔을 때는 아마도 대다수 인민들이 수령에 대한 존경심, 자부심에서 달았을 것입니다. 김정일 시대 때는 멋으로, 당상을 과시용으로 여긴 사람들이 많았죠.
그러던 초상휘장, 인제는 장마당 비상용으로 쓰인다니 조금 있으면 '쌍상'이 '쌍놈의 상'이 돼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히지 않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