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뜻 깊은 올해, 농사를 본때 있게 지을 농업 근로자들의 불타는 열의로 들끓는 각지 농촌들에서, 농사차비가 마감단계에서 진척되고 있다. 농민들은 '거름더미이자 곧 쌀더미'라는 인식 아래 거름생산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전국적으로 생산계획을 102% 수행했다.'
한해 농사차비가 막바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2-3월, 북한 중앙TV나 방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멘트입니다.
올해는 아마도 김정은시대에 새로 등장한 '백두산 칼바람 정신', '조선 속도', '인민대중 제일주의'라는 표현들이 추가됐겠죠.
또한 평양시와 황해남도, 함경남도 등지에서 거름 실어내기와 농기계 수리, 중소농기구 생산에 힘을 쏟으면서 저수지에 더 많은 물을 가두려고 노력하고 있다거나, 구역과 군(郡) 인민위원회별로 폐철 등을 모아 농기계작업소에 보내주는 동시에 농기구 품평회를 자체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는 등의 소개도 빠지지 않습니다.
당의 '종자혁명 방침, 감자농사혁명 방침, 두벌농사 방침, 콩 농사 방침' 독려도 단골로 등장하는 구호입니다.
요즘은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농업개혁 조치인 포전담당제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크게 소개되고 있죠.
며칠 전 노동신문은 '은을 낸 포전담당책임제'라는 제목의 글에서 평안북도 용천군 양서협동농장의 2014년 곡물 수확량이 2013년보다 정보당 평균 1톤 이상 늘었다며 이를 포전담당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습니다.
기사는 양서협동농장 분조의 규모가 평균 4∼5명이라고 소개하며 '분조의 규모를 이렇게 정하니 농업 근로자들 모두가 자기가 담당한 포전의 실태를 지난 시기보다 잘 알게 됐다'고 그 우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들려오는 긍정적인 소식은 1990년대 북한에서 있은 '고난의 행군'이래 작년 농사가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다는 거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2011년 422만 톤, 2012년 445만 톤, 2013년 484만 톤에 이어 작년에는 497만 5000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집권이후, 그리고 분조규모를 대폭 축소한 새로운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제를 실시한 결과 꾸준히 농업생산이 개선됐다는 얘기죠. 일각에서는 과도한 충성경쟁으로 저저마다 실적을 부풀리기 해 숫자가 과장됐을 것이라고 평가도 합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들이 많았죠. 중앙에서 말단 분조에 이르기까지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줄 기압 때문에 당초의 예상수확량 집계단계 때부터 수확고가 고무줄처럼 늘어났었죠. 결국 최종집계 때는 이보다 숫자가 더 늘어나군 했습니다.
이러한 거짓보고 때문에 숙청된 사람들도 꽤 되죠.
'거름더미이자 곧 쌀더미', '농장포전은 나의 포전', '분조농사는 나의 농사', '주인다운 입장'이라는 그럴듯한 구호와 표어를 아무리 만들어 내도 조합농사가 개인 농의 주인다움을 추월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이미 증명하고 또 증명한 진리입니다.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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