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 먹기와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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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러시아의 소치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계올림픽 소식은 듣고 계시는지요.

사실 북한에서는 과거 겨울철 체육에도 큰 관심을 쏟았었죠. 그래서인지 북한은 처음으로 참가하기 시작한 1964년 오지리 인스부르크 올림픽대회에서 한필화 선수가 3,000m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 세계를 놀래었죠.

그 이후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1992년 황옥실선수가 5,000m경기에서 동메달을 따 다시 북한을 기쁘게 했죠.

저는 사실 요즘 경기를 보면서 또 남한사람들이 매번 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을 비롯해 몇 개의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면서 북한사람들도 여기처럼 좋은 조건에서 연습하고 경쟁을 하면 얼마나 많은 메달을 딸 수 있는가를 상상해 봅니다. 아마도 굉장하겠죠?

남한은 지금까지 역대 아시아에서 최고인 45개의 메달을 땄습니다. 중국은 44개, 일본은 37개로 2, 3위입니다. 남한의 박근혜대통령이 얼마 전에 통일이 되면 대박이라고 말해 큰 화재가 됐었는데, 아마도 남북이 합치면 맨 먼저 금메달 대박이 터질 것 같습니다.

경제의 몰락으로 사실 북한에서는 체육도 큰 하강선을 그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선수들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대신 국가사절을 보내 체육을 외교무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명예사절로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경기 개막식에 참여한 것도 그 한 예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짝사랑과도 같은 애정행각을 남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겠죠. 북한 중앙TV나 노동신문은 구체적으로 크게 소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남들에게 소외되는 현상을 은어로 '모서리 맞다'라고 표현합니다. 서울에서는 '왕따'라고 하죠. 특히 학교들에서 엄청 위험한 사회현상으로 대두되 요즘은 국가가 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도 요즘 국제사회에서 모서리를 심하게 먹고 있습니다. 러시아 푸틴대통령은 비록 김영남 위원장을 소치올림픽에서 만났지만, 러시아정부는 요 며칠 전에 자기 나라에 망명한 100명의 북한망명자들을 모두 받아들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과거 가장 가까웠던 형제나라였는데 지금은 망명을 받아주고, 그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지경에 까지 온 것입니다.

중국도 북한에 점점 더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중국국가주석 시진핑이 김영남위원장을 만났다지만, 중국 외교부 공식홈페이지에는 이를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죠. 중국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코, 그리스,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만난 소식은 소개했지만 말이죠.

이뿐이 아닙니다. 평양주재 중국대사관은 북한이 '만고역적'으로 처형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사진을 아직 그대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조선말로 검색하면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지만, 중국어로 검색하면 장성택의 중국방문 관련 사진들을 찾을 수 있다 네요.

일각에서는 중국이 친 중파인 장성택을 북한이 잔인하게 숙청한데 대한 모종의 항의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북한이 지금 남측과 약속한 이산가족상봉을 다시 일방적으로 무산시킨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모서리를 먹을지 걱정됩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