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미국북한인권위원회 김광진 객원연구원이 전해드립니다.
'모지방'이라는 말은 일본어로 문자판을 뜻합니다. 서울에서는 거의 그 쓰임이 사라졌지만 순수성을 자랑하는 북한에서 여전히 쓰고 있는 많치 않은 일본말 중의 하나입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아마도 '벤또' (밥곽), '에리' (옷깃), '뻰찌' (자름집게) 등일 겁니다.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을 흉내내 입는 '쯔메르' 양복 (인민복)도 대표적인 말입니다.
모지방은 문자판보다는 얼굴을 가리키는 속어로 더 잘 쓰입니다. '그 사람 참 잘 생겼네,' '그 배우 참 이쁘네'를 '그 사람 모지방 괜찮네'라고 표현합니다.
어느 날 큰 명절을 맞으며 김정일은 측근들을 불러 놓고 거나하게 파티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늘 하던대로 시계를 하나 씩 선물로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산 덕에 유행하는 옷차림, 즉 패션감각이 생긴 한 충성분자의 추천으로 보통 시계가 아닌 앞뒤로 부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투명시계였습니다.
외국에 한번도 나가 보지 못한 일부 고지식한 간부들은 식탁위에 놓인 시계를 보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어찌 이럴수가. 엉터리 무역쟁이들이 앞 뒤 뚜껑도 제대로 안 붙어 있는 시계를 샀네…'
드디어 김정일이 식탁을 돌며 격려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간부가 술기운의 도움으로 용감하게 그에게 의견을 고했습니다.
'장군님, 저,,, 제 시계 모지방이 없습니다.' 그러자 김정일은 짧게 한마디 내 뱉었습니다. '내 것두 없어.' 시계를 쥐고 여기저기 확인한 뒤에야 그 간부는 요즘 새로 나오는 신식 나체 (누드)시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옛 쏘련대사관 앞을 친구와 함께 지나고 있었는데 한 수수한 농촌아주머니가 우리에게 다가 와 묻는 것이었습니다. '여기도 살림집인가?' 그가 가리킨 곳은 친구가 살고 있는 대사관 길 건너편 호화 당간부 주택이었습니다.
친구는 내 옆구리를 찌르며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결국 나는 '아, 살림집이 아니고 정부 사무실이에요'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노동당 비서, 제1부부장 등 김정일 핵심 측근들만 살고 있는 그 아파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민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건물이었죠.
친구도 그 정도의 분위기는 알고 있던 터라 거짓말로 일반인들을 넘기는 재주를 이미 오래전부터 터득한 상태였습니다.
김정일을 비롯한 소수 지배계층의 호화판은 이것 만이 아닙니다. 김정일은 큰 계기만 되면 북한일반주민 월급 170년 분인 2,000달러가 넘는 고가의 오메가 시계를 측근들에게 뿌리고 있으며 일부는 너무 자주 받아 손자, 손녀들까지 오메가를 채우고 있습니다.
죠니워커 위스키, 덴마크산 햄과 사탕, 일본산 모내의, 꿩, 노루, 사과지함, 과일지함은 김정일선물의 고정메뉴였습니다.
천연색텔레비죤, 냉동기, 전축, 다체계 (멀티 시스템)비디오 선물도 기본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간부들 급수별로 각종 공급소들을 만들어 놓고 1일, 2일, 주 공급 등 특별공급으로 세상에 부럼 없는 삶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옆에는 목란관이라는 김정일 전용파티장이 있습니다. 부부장급 이상 간부가 되면 가족들은 여기서 옥류관 뺨치는 냉면, 고급빵 등 음식을 특별주문하여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간부들은 단독선으로 전기도 따로 공급받고 있으며 좋은 살림집, 좋은 병원의 진료과 등 무엇이든 특별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만민이 평등한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건설한다고 해 놓고는 온갖 차별과 특혜로 저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셈이죠.
얼마전 남한 TV에는 토끼풀로 연명해 가는 23살의 북한 '꽃제비'처녀가 방영된바 있습니다. 그는 더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남한에서 태어났으면 온갖 사랑을 다 받고 싶어 하고 맵시와 멋은 있는 대로 부릴 그였지만 수령제일주의 김씨왕조를 잘 못 만나 토끼처럼 풀로 살다 그것도 모자라 비운을 맞았습니다.
이렇게 비참한 생을 사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김정일 생일선물, 특별공급을 받지 못하는 절대다수의 북한주민들 모두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북한인민 여러분, 그러나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지금 아프리카 북쪽나라 뜌니지에 이어 애급(이집트)에서도 시민혁명이 일어나 독재자들이 하나 하나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인민들이 주인이 된 행복한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것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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