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세계 언론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의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며칠째 떠들썩하고 있습니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장남으로 오랫동안 해외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 왔는데요, 김정은의 살해위협을 받아 지난 2012년에는 '살려 달라'는 편지까지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국 이 비운의 황태자는 자기 동생에 의해서 끝내 살해당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사건은 김정일생일 75주년을 며칠 앞둔 지난 13일 오전 9시에 발생했는데요, 베트남 여성 1명, 인도네시아 여성 1명이 마카오행 비행기 수속을 하던 김정남을 덮쳐 독극물로 살해한 것입니다.
이들 2명과 리정철이라고 하는 북한인 1명이 체포되었는데요, 황당하게도 외국여성들은 자기들은 장난인줄 알았다, 몰래카메라 동영상을 찍는 줄 알고 그랬다, 자기들은 그가 김정남인 줄 몰랐다라고 진술하였습니다.
이 와중에 사건 주도자로 보이는 북한인 남성 4명은 모두 이미 평양으로 17일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들로 파악되는데요, 암살을 집행하자마자 바로 공항을 동시에 뜬 것입니다.
정말 첩보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나타났는데요, 이에 격분해 말레이시아는 평양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하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전 세계는 김정은정권의 잔악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성에 대해 실감하게 됐는데요, 권력과 정권안정을 위해 자기 친 형도, 고무부도 서슴없이 사살하는 잔인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공산주의 사회까지 다 함께!' 과거 많은 영화, 강연 자료, 교과서, 선전물들에서 볼 수 있었던 말입니다. 그가 어떤 과오와 죄를 저질렀든 모두가 '한 집안 식솔, 장군님 식솔'이기 때문에 공산주의 사회까지 모두 다 데리고 가야한다는 뜻입니다. 농담이나 유머로도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당일꾼들의 사람과의 사업에 대한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오죠. '사람과의 사업이란 100명이면 100명 다 웃는 낯으로 대해야지, 한명이라고 얼굴을 붉히면 그건 벌써 실패한 것입니다.'
코믹한 장면을 위해 만든 대사이지만 북한이 그렇게 강조하는 당일꾼의 자질, 인민적 사업 작풍의 단면을 표현한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글로서나 존재하는 허황된 구호로 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국제사회도 큰 쇼크를 받아 중국은 올해 북한산 석탄수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미국은 의회를 중심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지난 낭군 폭발당시처럼 말레이시아도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몇 안 남은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마저 모두 북한에 등을 돌릴 것이고, 북한의 외교적 고립, 폐쇄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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