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을 둘러싼 외부세계에서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현재 중국공안이 확보한 탈북자 30여명이 곧 송환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환기됐고, 3명은 벌써 20일 북송했다고 하네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증산 수용소에서 죽은 탈북자들의 무덤이 '꽃동산'으로 불린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죽어서라도 마음 편히 가라는 의미에서 살아남은 동료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하네요.
현재 중국은 자국 령에 있는 탈북자들은 난민이 아니라, 단순한 경제적 이유에 의한 불법월경자들이라고 주장합니다. 남한,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국제 엠네스티, 인권단체들은 하나같이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함으로서 1982년 가입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1988년 10월 비준한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제기하고 있습니다.
난민지위협약 제33조는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해석하면 어떤 이유에서든 부당하게 탄압받을 우려가 있으면 보내지 말라는 거죠.
또한 고문방지협약 3조에는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또는 인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탈북자들이 난민인가요? 그리고 중국이 그들을 계속 강제 송환 해야 할까요?
오랫동안 북한에서 대외활동을 해온 저의 판단으로는 이렇습니다. 북한에서는 대외활동을 혼자서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상점이나 식당에 가는 것도 혼자 가지 말라고 하죠.
이는 사건이 터지면 결백을 주장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로도 작용합니다. 90년대 북한에서 피바람을 일으킨 심화조사건도 그 근저에는 전쟁 시기 일부 간부들의 이력공백이 문제가 되었죠.
외국 출판물, 영화, TV도 자위대로 볼 수 없습니다. 해외 대표부 가족들도 집단 거주해야 하고요. 남한 사람들과의 접촉은 당연히 안 됩니다. 대외활동 총화보고서에 신고해야 할 1순위 대상입니다. 목사, 종교적 접촉도 금지죠.
남조선을 동조하고 남한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거나 시도했다면 끝장입니다. 죽어야죠. 국경을 넘는 것 자체도 사실 보위부에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입니다.
북한자체도 공개적으로 탈북자들을 사회주의 배신자, 역적, 인간쓰레기로 낙인찍고 있습니다. 그리고 체제에 큰 위협이 되는 황장엽비서를 비롯해 탈북자들을 죽이려고 간첩들을 지속적으로 파견했습니다. 김정일의 처조카는 부부공작원에 의해 살해되기도 했고요.
북한에 송환되었다 간신히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통해서도 고문, 학대는 물론이고, '중국사람 씨를 뱄다'고 강제낙태 시키고,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강제노동, 심한 경우 수용소행, 총살한다는 증언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반역자, 정치범, 월남 용의자, 불법 월경자, 자본주의 추종자, 주체사상을 버리고 종교에 동조한 사람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어떤 운명에 처해지는지는 북한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잘 압니다.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죠.
북한도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고 있고, 국경에서 사살명령까지 내리고 있는데, 왜 중국만은 이들이 배고파 왔기 때문에 그냥 돌려보내면 된다고 하죠?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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