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에서 사람들 사이의 신용관계와 외부세계에서의 신용이 어떻게 차이 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신용은 생명과 같습니다. 신용에 죽고 신용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높은 신용은 나라들 사이 무역은 물론 기업들 사이 거래, 개인들의 생존에도 꼭 같은 영향을 미칩니다.
신용이 낮으면 국가는 그만큼 비용을 지불하면서 국채를 높은 이자율로 발행해야 하고 그 마저 해외 시장에서 팔리면 다행입니다. 기업들은 신용상태에 따라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릴 수도 있고 또 회사채를 발행해 시장에 내다 팔수도 있습니다.
시장경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회사 신용에 따라 천차만별로 차이가 납니다. 결국 신용이 좋으면 주가도 뛰고 자금조달도 수월하며 회사가치도 올라갑니다.
개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돈 자리(계좌)에 현금이 있어도 시장경제시스템에서는 신용 카드 사용을 더 장려합니다. 즉, 돈이 있어도 돈을 빌려 써야 한다는 이야기죠. 카드로 그 회사의 돈을 먼저 쓰고 월에 한번 씩 갚는 방식입니다.
전 세계적인 전산체계와 기록으로 개개인의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며 신용카드사들은 고객의 수요와 신용상태에 따라 신용한도를 줄이고 늘리기도 합니다. 국가는 개인들의 신용을 숫자로 등급을 매깁니다.
이러한 신용상태는 집과 차를 살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학자금을 빌릴 때 모두 참고 됩니다. 한번 신용불량 딱지가 붙으면 그것을 떼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빚을 다 청산하고도 몇 년 동안 신용점수를 올려 자기가 재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북한에서의 개인들 사이 신용관계는 어떻습니까. 1990년대 북한경제가 '고난의 행군'을 겪고 수백만이 굶어 죽고, 경제가 파괴되면서 새로 나타난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 신용관계를 보여주는 아주 재치 있는 유머이죠. '3등 머저리는 돈을 꾸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2등 머저리는 돈을 꾸어 주는 사람, 그리고 1등 머저리는 바로 꾼 돈을 공손히 돌려주는 사람'입니다. 즉 꾼 돈은 제 돈이지 돌려주면 바보라는 이야기이죠. 그것도 특등 바보요. 그야말로 '자력갱생, 주체형의 북한'이 만들어낸 북한만의 '김정일 식 바보,' '주체형의 바보'입니다.
이와 유사한 유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노력영웅은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최고의 영웅, 공화국영웅은 꿔줬던 돈을 다시 받는 사람!'
사회의 신뢰와 사람들 사이 신용이 무너지다나니 뒤따르는 대가도 엄청납니다. 일본산 중고자전거 한 대 때문에 친구 2명을 살해하여 보통강에 던지고 흑색 텔레비죤 한 대를 훔치려고 이웃을 죽이고. 외부에서는 며칠 품삯도 안 되는 단돈 몇 푼 때문에 생기는 이러한 범죄와 사회적 불안은 끝이 없습니다.
나라는 또 어떻습니까. 북한은 이미 1970년대에 빚을 물지 못해 신용불량을 선고 받았고 아직 갚지 못한 돈은 현재 국제시장에서 채권으로 변해 원금의 10-20%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회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국대방으로부터 거래대금이나 물자를 받아 '꿀꺽'합니다. 그리고 '쏜 총알'처럼 사라지죠.
북한에서는 한때 이런 말도 유행했습니다. '양심이라는 단어는 사전에서도 사라진지 오래다'고요. 이 단어가 다시 '조선말 사전에 오르는' 날은 아마도 꾼 돈을 다시 돌려주는 사람이 특등 머저리가 아니라 가장 멋진 사람으로 대접받는 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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