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4대장군’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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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는 '백두산 3대장군'이라는 대를 이은 '장군 복'자랑이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 이렇게 3명이죠. 이들의 '3대 장군 상'이라는 초상화도 만들어 가정집에 걸어놓게 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이 갑자기 '백두산 장군, 항일의 여성영웅'으로 둔갑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일 후계작업과 관련됩니다.

연산군이 폐비된 자기의 생모 윤씨를 복위시켰듯이 김정일은 후계자로 내정된 후 1973년부터 김정숙 복위와 우상화에 착수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김정은이 3대 세습을 완료한 지금 그의 어머니 고영희를 백두산 4대장군으로 우상화할 수 있을까요? 김정일, 김정숙 이력 조작했던 식으로 말입니다.

김정일의 고향은 백두산밀영집이 아니라 러시아 하바롭스크입니다. 이름도 김정일이 아니고 유라였죠. 이 이름은 그가 아버지를 따라 평양에 들어온 후 1960년 7월 남산 고급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대로 쓰였습니다.

김정일이라는 이름은 공민증을 발급받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사용한 이름이죠. 실제 김정일과 같이 남산학교에 다닌 동창생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자기를 소개할 때 42년 2월 16일 하바롭스크 병영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백발백중의 명사수', '첫 녀성락하산병'이라고 미화된 김정숙의 경력도 다 거짓이라면서요.

북한자료를 보면 '백두산녀장군의 불타는 증오심은 그이께서 지니신 백발백중의 사격술의 비결이기도 하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주석께서는 전투가 끝날 때마다 지휘관들은 김정숙 어머님께 적들을 얼마나 소멸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이의 탄띠에서 탄알이 몇 발 없어졌는가를 보고 소멸한 적인 원수를 확인하군 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증언자들에 의하면 '김정숙은 빨치산 활동을 할 때에 야영지에서 그 빨치산 대원들의 양말, 옷을 세탁하고 페치카에 불을 지피고 심부름하는 하녀 비슷한 여자였다'는 거죠.

또 한 사람은 '나는 전후 두 번 김일성의 가정에 초대받아 그 아내와 애들까지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아내는 삼십 전후의 키가 조그마한 아주 평범한 가정부인으로 보였는데 그 촌뜨기 같은 소련식 옷차림이 그를 더욱 소박하게 보이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어느 모로 보나 이전에 빨치산 투쟁을 하였다는 여성으로는, 더욱이나 소문 같은 명사수의 여장부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김일성이 예상외로 우락부락 큰 소리를 내며 가정폭군 노릇을 하였는데, 그 아내는 그 앞에서 벌벌 떠는 꼴이었다'고 했습니다.

1949년 출산 중 사망했다는 그의 사인도 사실이 아니죠. 1990년 소련신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김정숙은 김일성이 당시 비서였던 김성애와 불륜관계에 빠졌기 때문에 그 충격으로 자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도 북한은 우상화를 시도했습니다. 2000년대 초에 '평양의 어머니', '선군의 어머니'로, 그리고 김정은 집권 후 간부들에게만 그와 관련된 기록영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어 당장은 그만두고, 요즘은 자기 할머니 김정숙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잇다네요. 과연 앞으로 백두산 장군이 1명 더 늘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