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네덜란드의 한 연구팀으로부터 기적 같은 소식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줄기세포 배양을 통해 소고기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10년 뒤쯤 상용화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소 한 마리로 햄버거를 100개 만들었다면 이 방법으론 앞으로 1억 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군요. 어릴 때 화학, 물리 시간에 꿈꾸었던 모든 것들이 지금 현실화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쌀과 고기도 힘든 농사가 아니라 공장에서 생산하면 어떨까. 세포공학, 나노공학이 발전해 흙이나 돌을 생산라인에 투입해도 필요한 모든 것을 얻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 공장에서 천과 고기, 쌀과 물 같은 것을 모두 생산하면 얼마나 희한할까.'
'장기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이식하고, 부상당하면 수술이 아니라 팔과 다리도 통째로 바꾸면 좋을 텐데. 사람도 다시 복제하고, 다시 태어나게 하고,,,' 정말 막연하게 망상처럼 여겼던 이런 것들이 지금 현실에서 하나하나씩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소의 사육 두수를 줄이기 바라는 한 개인 독지가의 지원으로 6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가축의 방귀나 트림 메탄가스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15-24%를 차지한다고 하네요.
다 자란 소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배양해 근육세포를 만든 다음, 식물성 단백질과 영양소를 주입해 고깃덩이로 키웠다고 합니다. 좋은 육질을 위해 적당한 운동도 필요한데 이는 전기 자극으로 해결했고, 지방질도 골고루 퍼지게 지방 줄기세포를 별도 배양해 근육세포에 섞을 예정입니다.
피가 없어 고기가 붉은색이 아닌 노란 빛이 감도는 핑크색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진짜 고기와 비슷하게 개선 중에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진짜 쇠고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죠.
북한에는 콩으로 만든 인조고기가 있습니다. 부족한 단백질과 고기를 보충하기 위해 고안된 대체육류이죠. 맛도 고기와 비슷합니다. 점심 반찬으론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는 먹을거리와 관련된 유머나 은어가 유난히 많은 것 갔습니다. 나일론 국, 폭탄 밥, 칫솔고기,,, 나일론 국은 멀건 국을 의미합니다. 돼지고기 국이라지만 고기가 전혀 보이지 않거나, 풀냄새만 나면 이렇게 부르죠.
폭탄 밥은 그릇에 푹 패게 담은 밥을 말합니다. 배가 등가죽에 찰싹 달라붙듯이 밥이 바닥이 보이게 푹 꺼져 있을 때면 핵폭탄 밥이라고도 하죠. 교도대나 노농적위대 집단 생활할 때면 식당근무는 항상 밥이 많아 보이게 밥알을 세워서 풉니다. 박죽을 자꾸 저어 마술을 피우죠.
떨렁 밥도 유명합니다. 수십 명이 먹는 큰 밥솥에 식기를 하나 넣고 밥을 해 먹는다고 이렇게 이름이 붙었습니다. 밥이 익을 때면 덮어 놓은 접시가 유난히도 떨렁거리죠.
속도전가루와 칫솔고기도 있습니다. 강냉이를 닦아 가공하여 가루를 낸 속도전 가루는 물만 넣고 비비면 금방 떡을 만든다고 속도전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칫솔고기는 털이 많이 붙은 돼지고긴데 위와 장을 잘 청소할 것이라고 농질 하며 먹는 고기죠.
북한에만 존재하는 식품도 있습니다. 바로 대용식품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에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생긴 것이죠. 말 그대로 식품을 대용해서 만든 식품입니다. 강냉이 대, 벼 뿌리, 칡뿌리, 소나무 껍질 등 동원할 것은 모조리 동원했습니다.
그때로부터 벌써 20년 넘게 흘렀지만 북한사람들의 식탁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요. 또 미국이 24만 톤의 영양식을 지원한다는 뉴스가 터졌습니다. 이번에는 이것이 간부들 식탁이 아니라 인민들에게 공급되어야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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