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시, 양키 노’?

평양방직기계공장에서 쿠바인민과의 연대집회를 하는 모습.
평양방직기계공장에서 쿠바인민과의 연대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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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얼마 전 오바마미국대통령이 충격적인 결정을 발표했었죠. 50년 이상 계속된 쿠바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두 나라 사이 경제, 여행제한을 크게 완화하는 것은 물론 외교관계를 다시 복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는 백악관연설에서 이를 밝히며 '고립은 효과가 없었다. 이제 새로운 접근이 시행될 때'라면서 쿠바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시작해 새 장을 열 것이고, 미국인들과 쿠바인들의 협력기회를 더욱 만들어 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거의 같은 시각에 라울 카스트로 쿠바대통령도 미국과의 관계회복을 환영하면서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쿠바와 미국 간 인권과 대외정책, 주권문제 등의 분야에서 아직 심각한 이견이 존재하지만 양국은 세련된 태도로 이 같은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기대를 표명했습니다.

사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8인승 레저보트 '그란마'를 타고 쿠바에 상륙하여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맥을 근거지로 혁명에 승리해 친미성향의 바티스타정권을 붕괴시키기 전까지는 소위 '미국의 뒷동산'으로 불렸습니다.

그 후 공산정권의 쿠바는 미국의 간섭을 막으려고 구소련의 핵미사일들을 도입하였다가 '미사일 위기'를 맞게 되며, 세계는 미소사이 일촉즉발의 핵전쟁위험을 경험하게 됩니다.

쿠바는 북한하고도 아주 가깝게 지냈는데요, 카스트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수십만이 거리로 끌려 나가 '쿠바 시, 양키 노'를 외쳐야 했죠. '쿠바는 좋고 양키는 나쁘다'는 뜻입니다.

한때 쿠바는 북한이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시도하자 수정주의를 한다고 비판을 했었죠.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역전되어 쿠바가 미국하고 수교를 하게 됐죠. 북한이 격하게 비난도 할 만한데 북한은 오히려 미국의 봉쇄정책 실패를 운운하며 쿠바를 두둔했습니다.

하긴 김정일도 생존에 미국대통령 부시와 '목이 마를 정도로 춤을 추고 싶다'고 애절한 발언을 했었죠. 아무리 싫더라도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야만 하는 북한의 딱한 사정을 고백한 것입니다.

그러한 북한이 요즘 또 '노망'을 하는 모양입니다. 서울에서 한 극단적 종북 민족주의자가 한미훈련을 반대한답시고 리퍼트 미국대사를 칼로 테러하였는데 이를 안중근열사와 비교하면서 비호하고 나섰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미제의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의로운 행동이 테러라면 일제의 조선침략에 반대해 이등박문을 처형한 안중근 등 반일애국지사들의 의거도 테러라고 해야 하는가'라고 했습니다.

또한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니 '정의의 칼 세례'니 하면서 김기종을 옹호하였는데요, 이것은 최근 이슬람국가(IS) 가담자들이 기독교도들을 집단 참수한 것에 대해 '우리는 온갖 형태의 테러와 지원을 반대한다'는 입장발표와 프랑스에서의 '샤를리 에브도'테러 사건에 대해 위로전문을 보낸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면적인 태도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인간에 대한 테러는 용납될 수 없고, 더구나 외교사절에 대한 폭력은 그 어떤 적대국가 사이에서도 금기시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전쟁과 전쟁연습은 반대한다'면서 외국대사에 대한 테러는 '정의의 칼 세례'라고 하니 이러한 자기중심적 인권 관, 테러 관을 가지고 있으니 북한이 저 모양, 저 꼴이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