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이야기] 사단장이 '노루라면 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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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위대한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일본열도가 흔들리고 그로 인해 한반도 주변의 번영과 안녕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남북사이의 관계도 북한의 강경정책으로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북한군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태세 점검 차 서부전선 최전방부대를 순시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군이 도발하면 자위권 차원서 원점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한 군단장의 보고에 '작전 시행 시 현장에서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 조치 후 보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시 발생한 보고 절차에 의한 대응지연과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조치입니다. 동시에 그와 유사한 북한의 공격이 다시 감행될 경우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군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사단장이 노루라면 노루'다. 이는 1만 명의 사병들을 거느린 사단장의 권위와 위신을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실체가 사슴이나 멧돼지라고 해도 그리고 사단장이 설령 잘 못 봐 토끼를 노루로 오인해도 그가 노루라면 노루여야 한다는 '진리'입니다.

1인 수령절대주의 사회인 북한에서 의외로 인정되는 개인의 권위라 하겠습니다. 하긴 군에서 지휘관의 권한이 통하지 않고 명령이 무시된다면 그 군은 통제력을 상실한 '오합지졸'에 불과할 겁니다.

군 경험도 일천한 김정은에게 하룻밤 사이에 왕별 4개씩 척척 달아주는 북한에서도 별 하나밖에 달지 않은 사단장의 권한이 이처럼 절대적으로 인정되는데 남한에서의 장군들의 권위는 훨씬 더 대단합니다.

한국에서는 별 4개가 아니라 1개만 다는 것도 하늘의 별 따깁니다. 그리고 군 장성수도 북한보다 3배나 적은 440명 정도 있습니다. 인구는 거의 2배나 많은데 말이죠.

최근에는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장성수를 60여명 줄이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장성수의 감축과 이에 따르는 1,000여명의 간부 축소는 연간 인건비(생활비)만 1억 달러나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연간 10만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는 한국 장성의 위상과 시장 환율로 치면 고작해야 3달러도 안 되는 봉급을 받고 있는 북한장성의 수준은 비교대상도 되지 않습니다.

뭐 돈은 돈이고 수령의 노예로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당하는 북한군과 투철한 국가관과 가치, 명예와 자발성으로 무장된 남한군의 정신력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무기와 기술 장비의 차이는 더 말할 것도 업구요.

이런 남한군의 4성 장군 군단장과 국방장관이 '노루라고 하면 그것은 진짜 노루'입니다. 북한이 오판하여 다시 도발을 강행한다면 절대로 응징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