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돌 우에 꽃이 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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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절기가 바뀌면서 공기가 건조하고 또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남북 할 것 없이 사람들은 흔히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하죠. '감기는 약 먹으면 1주일, 안 먹으면 7일 간다'고요. 그러나 간염, 간암과 같은 중병은 사정이 다릅니다. 식사조절, 휴식은 물론이고 철저한 간병과 약을 써줘야 회복될 수 있습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최근 이탈리아 주재 김춘국 북한대사는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지난달 22일 간암으로 현지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고위외교관인 그는 1998년부터 외무성 유럽국장도 지냈습니다.

사실 북한주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외국에 한 번 나가 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 번 파견되었던 사람들은 어김없이 또 다시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별의별 노력을 다합니다.

수천달러의 뇌물도 바치고, 온갖 지원 사업에 충성심 발휘도 하고요. 아마 김춘국 대사도 여러 어려운 고비들을 넘기면서 이탈리아에 파견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말이 외교관이고 파견원이지 외국에 나오면 갖은 고생을 다합니다. 국가에서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아 유지비용은 자체로 조달해야 하고요, 자녀들 교육비에도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를 위해 담배, 술과 같은 무관세 물품을 되팔아 돈을 벌고, 심지어 여러 나라 국경을 넘나들면서 장사하다 세관에 단속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하루 종일 금지된 물건인 서각을 썰기도 하고, 쿠바주재 외교관들은 시가를 다른 나라에 날라 팔기도 하죠.

외화가 귀하니 병이 나도 이번 경우처럼 병원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이탈리아와 같은 선진국들에서는 국가가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해도 간 치료와 같은 것은 돈이 많이 들고요, 보통 감기 때문에 진찰을 한 번 받아도 몇 십 달러는 내야합니다. 치과치료 같은 것은 한 번 간단한 치료에 천, 2천 달러는 보통이고요, 단 돈 100달러도 귀한 북한외교관들이 중병치료가 가능하겠습니까.

지금까지 북한은 무상치료제, 무료교육제도를 크게 자랑했습니다. '정성', '호 담당 치료제' 등 우수한 제도도 도입했고요. 의사들은 무조건 '정성'이라고 쓴 패를 달고 일해야 했고, 전국적으로 피와 살을 나누는 온갖 미담들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돌 우에 꽃을 피운다'고 말이죠.

그러나 사회주의 배급제가 파괴되고 국가의 재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력갱생으로 병 치료를 한다고 하죠.

의사들은 약이 없어 의무적으로 약초 캐러 다니고, 외국에서 일회용 주사기로 들여온 주사는 계속 소독해서 씁니다. 링거병은 맥주병을 소독해서 쓰고요, 요즘은 페니실린 등 항생제도 자체로 만들어 장마당에서 판다고 하죠.

모든 약에는 사용기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만은 예외죠. 과거 뚜보찐을 비롯한 러시아산 약은 기한이 몇 년 지난 데도 그 약효가 정말 좋더라고요.

'돌 우에 피는 꽃'과 같은 정성도 결국은 제도와 기술, 생산이 파괴되면 불가능하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