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노을 비낀 철길 우에 젊은 기관사, 기적소리 울리며 기차를 몰았네, 포연을 헤쳐 온 용감한 그 젊은이, 준엄한 그 날에도 기차를 몰았네.
사랑하는 고향땅을 그리워보며, 변함없이 싸워온 젊은 기관사, 쓰러진 전우의 원한을 씻으려, 뜨거운 가슴속에 맹세를 다졌네.
아,,,,,, 피어린 천리 길, 만리를 간다 해도, 수령님께 다진 맹세 지키여 싸우리.'
북한예술영화 '젊은 기관사'에 나오는 주제가입니다. 이 영화는 북한에서 꽤 유명한 영화들 중의 하난데요, 주인공 차계룡은 이 영화는 물론 다른 많은 영화들에서도 연기를 잘 해 인민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유명영화는 많은 유명 대사들과 유행어도 탄생시켰는데요, '젊은 기관사'의 최고 유행어는 '이건 기차야, 기차!'입니다. 이건 기차가 돼서 아무데서나 되돌릴 수 없고, 직진으로만 가야된다는 뜻이죠. 또 다른 의미로는 되돌릴 수 없는 길에 들어섰으니 끝장을 볼 때까지 그 길을 가야만 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철도를 '나라의 동맥'이라고 부릅니다. 김일성의 교시죠. 그러나 요즘 북한경제의 동맥은 고질적인 동맥경화를 오랫동안 앓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열차운행이 완전히 망가졌죠. 사람들이 굶어죽기 때문에 쌀과 바꾸려고 기관차 앞대가리를 전부 분해해 파동, 파철로 팔아먹었습니다.
그리고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깨졌습니다. 사람들은 기차 위에는 물론 공구를 채워 넣는 열차 밑의 공간에 숨어서도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연착은 밥 먹듯 했고 평양에서 원산, 평양에서 량강도에 가는 시간은 1주일, 2주일이 걸렸습니다. 어떤 경우는 무산에 20일이 걸려야 도착하기도 한다죠.
열차 위를 타고 가다 전선에 걸려 떨어져 사람들이 죽었고, 옥수수배낭을 메고 매달리는 여객의 뒤에서 배낭에 구멍을 내 옥수수를 털어가 군 했습니다. 열차에 꽉 끼어 매달렸으니 뒤에서 식량을 훔쳐 가도 손쓸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열차가 떠날 때를 맞춰 갈고리를 던져 쌓아놓은 선반의 짐을 밖으로 낚아채군 했습니다.
그러던 북한의 동맥인 철도, 요즘은 돈벌이의 수단으로 쓴다면서요. 철도의 전기화가 후퇴해 다시 디젤기관차가 등장하면서 정시운행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전기기관차는 전기 없인 꼼짝도 못하지만 내연기관차는 이에 구애받지 않고 정시출발하고, 정시도착이 가능해 아주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이를 이용해 돈이 있는 개인들의 호주머니도 많이 턴다죠.
보통 국정가격으로 표가 1,300원이지만 철도와 인맥 있는 수십 명의 여성들을 동원해 100배가 넘는 비싼 가격으로 표를 팔아 철도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돈으로는 한 100위안정도 하고, 이렇게 80%의 표를 야매로 팔아먹고 있다고 하네요.
역전주변에 가면 '한 장(100위안) 내고 정시로 쌩쌩 달리는 특수열차 한번 타보시오'라고 흥정하는 여성 거간꾼들이 많다고 합니다.
북한인민들이 많이 사랑했던 영화 '젊은 기관사' 그리고 그 속에서 나오는 차계룡의 '이건 기차야, 기차!'가 인제는 '이건 정시야, 정시!'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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