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는 이런 유머가 있죠. '남이 100삽을 뜨면 나는 101삽을 뜬다.' 보통 '101삽'으로도 통합니다. 실제 삽질할 때뿐만 아니라 어떤 노동이나 상황에도 다 통하는 말입니다.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 독려 배경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지금은 일에서 남보다 열성을 내는 사람들을 야유해 쓰고 있죠. '열성 뽀두라지', 또는 '열성이 말썽'이라고 놀리기도 합니다.
북한이 지금 주민들을 달달볶고 내몰고 있는 70일 전투는 1970년대 김정일이 써먹은 '속도전'전투입니다. 생산에서 혁신을 일으켜야 하고, 생활에서 최고의 긴장을 유지하고 살아야 하죠.
그런데 지금의 70일 전투와 당시와의 상황은 크게 다릅니다. 당시에는 분명히 달성해야 할 경제적 목표가 있었고, 그것을 추동할 수 있는 사회적 인센티브, 국제적 환경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북한이 뜬금없이 당제6차대회가 있은 지 36년 만에 7차당대회를 열겠다는 것도 그렇고 지금 그 당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에 열을 올리는 것도 사실은 북한식 표현을 빌면 '정미소간을 포위'하는 짓과 같죠.
'정미소간을 포위한다'는 말은 북한 영화대사에서 유래했죠. 포위하라는 데는 하지 않고 생뚱맞은 허튼 장소를 포위한다는 말입니다. 즉,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말의 동의어, 유머이죠.
북한의 경제는 지금 만신창이입니다. 어떤 목표를 설정할 상황도 아니고 또 그 목표를 설정한다고 해도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압니다.
과거 당6차대회를 계기로 인민경제 10대전망폭표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지금에 와서는 실현 불가능했던 장밋빛 사기였지만, 당시 상황으로서는 이해가 가는, 실현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목표였죠.
그러면 왜 북한은 갑자기 7차당대회를 한다고 하고 70일전투를 독려하고 있을까요? 그 답은 올해 초에 강행한 4차 핵실험, 그 뒤에 있은 또 한 번의 장거리로켓 시험에 이미 있습니다. 즉, 북한은 당 7차대회를 위해 할 짓은 이미 다 한 셈이죠.
이제 '태양절'을 맞아 또 한 차례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을 하면 7차대회를 일명 '승리자의 대축제'로 더 크게 장식하게 됩니다. 즉, 핵보유국 뿐 아니라, 핵 강국의 지위에 도약해 7차당대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김정은시대의 개막,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다음단계의 도약으로 가겠다는 속셈이죠.
이는 경제, 핵 병진노선을 첫 국가전략으로 제시하면서 한 김정은의 말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내놓은 당의 의도를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 당이 제시한 병진노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 대응책이 아니라...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로선이며...우리의 자위적인 핵 보유를 영구화하고 그에 토대하여 경제강국 건설에서 결정적 승리를 이룩해 나가자는데 병진로선을 제시한 당의 의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살벌한 제재 하에서 북한이 원하는 '경제 강국'을 핵 지위를 이용해 달성할 수 있을까요? 즉, 북한주민이 아니라 외부세계가 '101삽'을 뜨게 할 수 있을 지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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