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가지’

0:00 / 0:00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때 아닌 시기에 눈이 오고 참, 날씨가 변덕스럽죠?

요즘 북한은 대남 긴장고조를 여느 때 없이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늘 3방송으로만 하던 공습경보를 조선중앙방송으로 내보내는가 하면, 김정은이 직접 매일과 같이 군부대들을 시찰하고 있습니다.

최고사령부, 외무성, 조평통 등 국가기관들을 총동원하여 대남협박, 위협도 매일과 같이 하고 있고, '벌초 대상'도 정홍원 총리에 이어 국방장관에 내정됐다 사퇴한 김병관,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에 이르기까지 민, 관을 가리지 않고 마구 찍어대고 있습니다.

노동적위대 훈련, 군 탄원, 준전시상태에 준한 동원령 유지, 하루 700-800회의 비행기 출격, 그야말로 전쟁광기로 온 나라가 부글부글 끌고 있습니다.

구실은 동해에서 이미 끝난 연례적인 한미 '키 리졸브 훈련,' 현재 서해에서 진행 중인 한미 '독수리 훈련'과 최근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라고 하지만, 북한이 벌초해버리겠다는 미국과 남한은 참으로 평온하고 조용합니다.

동해에서 훈련을 하는지, 서해에서 군이 움직이는지 일반인들은 전혀 관심이 없고, 간간히 TV뉴스에서만 훈련소식이 전해지더군요.

오히려 여기서 지금 가장 큰 이슈는 김연아선수가 세계 휘겨 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다시 1등한 소식, 이상화, 모태범선수들이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첫 남녀 선수권 2관왕을 달성한 소식들입니다.

그 외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명한 일부 장, 차관들이 부적격자로 사퇴한 소식,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성 매수 범법행위를 저지른 내용 등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죠.

미국과 남한이 '전쟁대결소동, 전쟁 광기에 휩싸여 있다'고 만날 얘기하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 자유세계, 시장경제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도 전쟁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장담합니다.

김정은 3대 세습 조기안착, 북한 내부 통제확보를 위한 난리 통에 주민들만 더욱 더 피곤하고 고통을 받고 있죠.

그러다 나니 더 많은 '놀가지'들을 생산해 내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당과 국가가 원하지 않는 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은어로 '놀가지'라고 표현하죠.

군 탈영병이 발생해도 '놀가지'가 생겼다고 하고, 해외근무를 하다 망명해도 '놀가지', 국경지역에서 중국으로 탈출하는 것도 '놀가지'입니다.

요즘에는 이 '놀가지'들의 수위가 더 심각해진다고 합니다.

뉴스에 따르면 최근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12명의 군인들이 집단 탈출했다 중국에서 모두 잡혀 북송되었다고 합니다. 또 2명의 군인들이 상관을 사살하고 국경을 넘기도 했고요. 모두 무기를 그대로 휴대하고 탈출했다 네요.

북한식 생활방식과 개념으로는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리영호 총참모장이 철직되고,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장에서 중장으로 강등될 당시 정찰총국 내 작전부 성원들과 군인들 사이 마찰로 총격전까지 벌어졌고, 김정은을 타깃으로 한 쿠데타 시도까지 있었다는군요.

이전에 군관들이 작전 가방을 분실했다든지, 군인이 무기를 갖고 탈영했다든지 하면 북한에서는 난리가 났었죠. 전 군, 전국에 비상이 걸려 끝까지 색출하군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최고수뇌부를 노린 쿠데타 시도에, 10여명의 군인들이 집단 탈출하여 국경을 넘는가 하면, 전연에서도 한 군인이 상관 두 명을 사살하고 남쪽으로 귀순하는 등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놀가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고난의 천리가 가면 행복의 만 리가 온다.'고 하지만 고난의 천리의 끝이 전혀 보이지 않아 생기는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