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이야기] 보기 싫은 상사를 '차올리다'

0:00 / 0:00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위대한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며칠 전 남한의 한 TV프로그램에서는 북한에도 널리 알려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당시 있었던 '비화'가 공개되었습니다.

정 명예회장의 6남인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TV에 출연해 '아버지께서 북한을 다니면서 김 위원장을 만나 식사도 하고 대화도 많이 하셨는데, 한번은 '김 위원장이 어디 가면 주민들이 많이 나와 환영하지만, 실제로는 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정일은 정 명예회장에게 '잠을 자면 돌팔매 당하는 꿈을 꾼다'며 '첫 번째가 미국 사람, 두 번째가 남한, 세 번째가 북한 주민이 돌을 던지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참 가관이네요. '한 세기에 일본 제국주의와 미 제국주의 두 제국주의를 이긴 불세출의 영장'이라고 '칭송해 마지않은' 김일성의 아들, 후계자답지 않은 꿈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일성 대에 '조국통일 위업을 기어이 달성하겠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없다. 적들이 덤벼들면 지구를 통째로 깨 부시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백두산 장군'의 '위용'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요.

'이민위천'의 정치,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의 정치를 한다면서 '쪽잠'에 '줴기밥'(주먹밥)만 먹는 다는 사람이 자기 인민들은 왜 그렇게 무서워할까요?

꿈속에서까지 미국 사람은 물론 자기 동포, 자기 인민들까지 나타나 돌팔매를 한다니 지운 죄가 크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우선 아버지가 일으킨 6.25전쟁으로 희생된 미국인이 수 만 명이나 됩니다. 반세기가 넘는 정전상태에서도 '판문점 도끼 사건'을 비롯하여 31명 전원이 사망한 'EC121 격추사건,' '푸에블로 호 납치사건' 등 북한의 호전성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사람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또한 김정일 통치자금 확보를 위한 북한의 무차별적인 무기판매로 테러지원에 의한 간접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핵확산을 통한 세계안보의 위협, 미국 국익의 침해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남한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바로 1년 전 천안함을 공격하여 해군 46명을 죽였으며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를 포사격 공격하여 전쟁발발의 위험을 조성하였습니다.

'적들이 그 앞에서 벌벌 떤다는 똘똘 뭉친 일심단결의 위력, 수령, 당, 대중의 혼연 일체, 운명공동체'를 자랑하는 북한에서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언젠가 김정일이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면서 학생들의 수고와 투혼에 감동하여 주변 간부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저기 아리랑축전에 손자, 손녀를 내 보낸 사람 있으면 한번 일어나 보라우.'

그런데 뜻밖에도 일어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네요. 수령에 대한 충실성, 당에 대한 충성을 그렇게 외치고 떠드는 사람들도 어렵고 힘든 일에는 손발이 시리다는 얘기죠.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지만 자기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지 않는다는 김정일의 판단은 정확합니다. 그리고 꿈속에서 돌팔매를 당하는 것도 당연하구요.

그렇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돌을 던지는 사람들의 순서입니다. 수백만을 굶어 죽게 한 김정일, 3대째 왕조의 유지로 전체 인민을 노예화 하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유린한 김 씨 일가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돌을 던질 사람들은 미국이나 남한사람들이 아니라 북한 인민들일 겁니다.

북한에는 이런 유머가 있습니다. 못 되고, 불편하고, 보기 싫은 상사를 내 쫒는 방법에는 '차 올리는 것이 제일 쉽다'고 하죠. 즉 승진시켜 다른 부서, 다른 조직에 보내버린다는 뜻입니다.

헌데 김정일은 나라의 장이란 장 자린 다 가졌으니 어디로 차올릴까요? 차서 지구 밖으로, 외계로 추방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