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위에서 대주면 좋고 안대주면 자체로 한다'를 북한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위에서 대주면 좋고 안대주면 더 좋다'라고 바꿔 부르고 있죠.
자력갱생, 요즘은 자력자강의 요구에 맞게 당과 국가에서 보장해주지 못하면 모든 문제를 자체로 해결하라는 당의 구호에 이젠 지쳐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불만표시입니다. 안 대주면 더 좋을 리가 없는 거죠.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위에 방침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 당에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하도 방침을 많이 제시하는데 하나같이 현실성이 없어 관철이 불가능하고, 어떻게든 살아가기는 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자기 나름의 대책을 가지고 자체로 해결해 나간다는 뜻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자력갱생이겠죠.
요즘 북한은 대중국 방침도 새로 내놓았습니다. '핵폭풍으로 중국을 깨부수자!' 사상 최강의 유엔안보리결의가 채택되고 중국이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 노동당에서 각 도당, 하급 당 간부들에게 내린 지시라고 합니다.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내부 문서는 '중국이 유엔 제재라는 미명하에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지 않으려고 북한 제재에 진심으로 찬성하고 있다'면서 '모든 당원과 근로자는 사회주의에 등을 돌린 중국의 압박 책동을 핵폭풍의 위력으로 단호히 깨부수자'고 호소했답니다.
또한 '중국에 털끝만큼의 환상도 품지 말라'고 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도 거론하면서 '중국과 동등하게 대응해 우리를 업신여기는 태도를 바꾸게 해야 한다,' '더 가혹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오로지 김정은 원수님의 주위에 단결해 주체혁명의 궁극적 승리를 위해 강경하게 싸우자'라고도 했답니다.
과거 김일성은 중국 사람들의 옷에 주머니가 몇 개인지도 모르고, 더욱이 거기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더 모른다면서 불신을 표시했었죠. 또한 김정일은 한 때 '단둥과의 무역을 금지하라', '베이징경유 출장을 모두 러시아 모스크바로 돌리라'고 지시한 적도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남한과 수교했을 때는 대만과의 관계를 도모하면서 적극성을 나타냈고, 중국이 6.25전쟁 참전비용을 내라고 하자 '그거(핵탄두) 하나 대만에 팔아서 물겠다고 하라'고 극도의 불만을 표시했다고 하죠. 이것이 대물림돼 3대째 와서는 핵폭풍으로 중국과 맞서고 있습니다.
또 이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죠. 북한은 요즘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언급하면서 당에 대한 충성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28일 '혁명의 길은 멀고 험하다,' '풀뿌리를 씹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을 또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죠.
정론은 '목숨은 버려도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 따르는 일편단심의 충정만은 끝까지 간직해야 한다'면서 '시련 속에서도 솟구치는 증산의 땀방울이야말로 영도자의 부름에 말이 아니라 심장을 내대는 평화 시기 육탄전사의 삶을 증명하는 말없는 웅변'이라고 또 방침을 내렸습니다.
과연 위의 이런 방침에 아래 민심의 대책은 지금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농장포전은 너희 포전,' '사회주의는 너희 꺼야'에 이어 '핵 폭풍은 너에게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은 너희 꺼야'로 대책하지 않을까싶네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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