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문 밖에는 귀뚜라미 울고, 산새들 지저귀는데, 내 님은 오시지는 않고, 어둠만이 짙어가네, 저 멀리엔 기타소리, 귓가에 들려오는데, 언제 님은 오시려나, 바람만 휭하니 부네.'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 어둔 창밖 바라보면, 힘없는 내손 잡아주면, 님은 곧 오실 것 같아.'
남한가수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입니다. 북한에서도 인기 있는 노래죠. 박정희 전 대통령의 18번이라는 '노란 셔츠의 사나이,' '찔레꽃,' '사랑의 미로,' '홍도야 울지 마라'도 북한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곡입니다. 한국노래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동북삼성 노래,' 또는 '계몽기 가요'라고도 합니다.
'내 님은 바람이런가,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오늘도 잠 못 이루고, 어둠 속에 잠기네,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
애인들의 마음을 흔드는 바람은 아마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꽃바람,' '봄바람'인가요, 하지만 인민들의 심금을 울리는 바람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폭풍과 같은 바람이겠죠.
그런 바람이 지금 중동에서 세차가 불고 있습니다. 독재자를 몰아내고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안아오는 민주화바람이 말입니다.
작년 12월 17일에 촉발된 튀니지의 민주화불길은 바람을 타고 애급(이집트)에 이어 리비아로 옮겨 붙었습니다.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튀니지의 반정부 시위로 23년 독재자 벤 알리가 외국으로 도주하였으며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던 30년 철권 동치자 무바라크도 결국 물러나 외국으로 망명하였습니다.
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군림해온 리비아의 42년 독재자 가다피는 반정부세력이 확산되자 용병까지 고용하여 자국민을 향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탱크와 비행기까지 동원된 대량학살에는 7명의 그의 아들들이 앞장서고 있는데요, 그들 대부분은 정부와 군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둘째 아들 알 이슬람은 관영TV에 출현해 '마지막 총탄이 떨어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아버지의 입'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고 셋째인 사디와 군 간부인 막내 카미스는 시위대를 직접 진압하는 '가다피의 손과 발'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유력한 가다피의 후계자인 넷째 무타심은 국가안보고문으로 아버지를 돕고 있습니다.
가다피가문의 자국민 학살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리비아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개입을 결정하였으며 즉각 프랑스와 영국, 미국 전투기들이 동원돼 가다피진영을 제압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습 며칠 안에 가다피의 대공 망과 제공권은 허물어 졌고 지금 반군은 기세를 올리면서 가다피세력을 수세에 몰고 있습니다.
가다피에 등을 돌린 것은 인민들뿐만이 아닙니다. 시위대에 기총사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비행사들이 탈출하여 망명하였으며 일부 군 장교들은 장병들에게 국민의 편에 서서 가다피를 축출하라고 성명도 발표하였습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일부 대사들은 사표를 제출하였으며 어떤 직원들은 반가다피 시위에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민주화바람은 수리아(시리아)에도 닥쳐 며칠 전 내각 전원이 사퇴하였으며 바레인, 예멘 등 10여개의 중동 독재국가들에도 번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예정돼 있던 수십 개의 시위가 정부의 개입으로 중단되고 공산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북한형제 여러분.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노래, 애타게 기다리는 그 '바람 바람 바람'이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그리고 지구의 어느 한 쪽에만 부는 바람이 아니라 선량하고, 소박하고, 근면한 우리 북한 형제들에게도 부는 '신바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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