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시는 여성의 제2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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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당 7차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북한전체가 70일 전투로 들끓고 있는 이때에 중국에 파견된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들 13명이 집단 탈북하는 큰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류경식당은 지린성 옌지에서 영업하다 작년 11월부터 저장성 닝보로 옮겨 장사를 했다는데요, 남자 지배인 1인을 포함해 여자직원 12명이 지난 6일 새벽 북한여권을 가지고 중국을 뜬 뒤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를 거쳐 7일 대한민국에 전원 입국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물론 현재 남한에 온 탈북자는 거의 3만 명에 달합니다. 개중에는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를 포함해 중앙기관 부총국장, 군 고위 군관들, 외교관들, 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무역일군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개별적 또는 가족끼리 탈북하였지, 이렇게 직장직원들 거의 다가 담합해 집단적으로 탈북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크게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북한의 무모한 핵도박과 도발로 국제사회가 사상최강의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사건이 터져 대북제재의 효과, 북한체제의 불안정성, 앞으로의 유사사태 재발 등에 대한 관심도 더욱 증폭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들은 탈북사유에 대해 '최근 대북 제재가 심해지면서 북한 체제에는 더는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서울로 탈출하게 됐다', '해외 체류 시 한국 TV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점차 인지하게 됐다. 한국 국민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매체를 통해 북한과 다른 세상을 접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고 한국행을 희망하게 됐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이 상황에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가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탈을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여성들은 '해외에 나온 후 자유로운 모습을 동경하게 됐고, 북한의 규율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생활을 모방하게 되면서 이탈을 결심했다', '북한에서 하지 못했던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서 노력해 잘 살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죠. '맵시는 여성의 제2본능.' 어는 만담에선가 나옵니다. 즉 여성으로서 맵시를 부리는 것은 본능적이고, 막을 수 없다는 얘기죠. 그래서인지 처녀들 중 다수는 머리염색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물론 외국에서도 허용되지 않죠.

목숨을 건 탈출와중에 한국인 관광객으로 가장하려 일부러 한 것 같지는 않고요, 아마도 근무하면서, 그리고 본인들이 증언했듯이 자유세계의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모방하면서 평상시 했으리라 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지금 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내부에서도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죠. '핵 실험에 쓸 돈으로 쌀 한 자루씩 공급해주면 절을 하겠다'거나 '배급도 안 주면서 위성은 무슨 위성이냐'고 한답니다.

'농사는 천하지 대본', '민심은 천심이다.' 이것은 북한당국도 입버릇처럼 외우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치가 계속되면 '맵시는 여성의 제2본능이다'가 '탈북은 북한의 제2본능'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