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남한과 북한에서 어떻게 '비자금'을 다른 방법으로 보관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여기 남쪽에서는 아주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라북도 김제 금구 면에 사는 농사꾼 이모(53) 씨는 처남이 불법도박사이트에서 번 돈을 보관해주다 들켜 모두 회수 당하였습니다. 그 액수는 무려 한국 돈 110억 원, 미화로 1,000만 달러나 됩니다.
2년 동안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끌어 모은 돈을 처남은 은행에 맡기면 들킬 가 겁나 농촌에 사는 매부에게 현금으로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점점 현금다발이 침대 밑, 창고에 쌓이자 불안한 이 씨는 돈을 마늘밭에 묻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난 뒤 한 36만 달러 정도 먼저 돌려 쓴 것이 께름칙해 그는 어느 날 나무를 옮기 면서 밭 정리를 하는 이웃에게 그것을 넘겨씌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굴착작업을 한 이웃에게 이 씨는 자기가 묻어놓은 돈 몇 억 원이 사라졌다고 따지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여 해결이 안 되면 그렇게 잃어버렸다고 처남에게 핑계될 판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이 '꼬여' 결국 경찰은 마늘밭에서 1,000만 달러어치의 돈을 모두 발견하였으며 회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렇게 1,000만 달러 정도의 '비자금'을 마늘밭에 묻어두는데 북한에서는 어떻게 보관할까요.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달러가 '철전지 원수 미 제국주의' 돈이지만 하도 귀한 보물이라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동원해 보관합니다.
가장 기발한 생각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뒤에 숨기는 것입니다. 뭐 거기에 얼마나 감출 수 있으랴 만은 감히 누가 집을 수색할 때 초상화까지 뒤질까 하는 생각에 개발한 아이디어입니다. 그러나 결국 들켜 '괘씸죄,' 정치적 과오까지 추가돼 더 큰 벌을 밭은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다음 북한사람들이 사랑하는 장소는 장독입니다. 옛날부터 귀한 보물을 장독에 숨겨 땅에 묻는 것은 하나의 관습이죠. 2년 전 국가가 화폐교환을 하면서 인민들의 돈을 수탈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장독에 묻어두었던 돈을 바꾸지 못해 불태우고 또 과거에는 압록강에 처넣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베게, 이불, 벽, 물탱크, 물독 등 달러를 숨기는 장소는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귀한 물건일수록 하찮게 건사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하며 쓰레기통에 보관하였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탱크, 물독에 보관하는 것은 아마도 화재까지 예상해서일 겁니다. 평양에 있을 때 제 친구가 언젠가 하는 말이 '자기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몇 백 달러 되는 돈이 집에 화재가 나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불안해서 직장에 있을 수 없다는 거죠.
하루 종일 그런 근심을 안고 살 바에는 아예 현금으로 가지고 다니든지 써버리는 것이 낳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이것도 달러가 좀 있는 가진 사람들의 행복한 고민입니다.
장소가 하나 또 있습니다. 구들장입니다. 돈이 좀 많은 사람들은 당장 쓸 만큼 남기고 집수리를 구실로 아예 구들장에 묻어놓습니다. 그리고는 때 없이 '구들장이나 뜯어야 걷다'고 알쏭달쏭한 말을 하고 다닙니다.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관하는 좋은 방법입니다만 결함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매번 구들을 뜯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 오래 보관하면 달러도 썩습니다. 제가 은행에 다닐 때 곰팡이 끼고 부패한 돈을 수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김정일은 해마다 현금으로 긁어모으는 수억 달러를 어디에 보관할까요. 사무실에 있는 대형금고에 일부 보관한다고 합니다. 거기는 경비도 철저할 테고 또 온 나라가 제 것이니 그 사람은 별루 걱정할 일이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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