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이시여, 명령만 내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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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외부세계에서는 정부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비밀문서를 일정기간이 지나면 공개하는 것이 관례인데요, 이번에 북한과 관련된 1980년대 남한외교 문서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김일성이 1980년대 초반에 '소련(러시아)은 믿을 수 없고(cannot rely on), 중공(중국)은 믿지 않는다(doesn't rely on)'라고 말한 것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순치의 관계', '혈맹'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분한지도부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실체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일성은 이런 유명한 발언을 한 적도 있죠. '세상에는 큰 나라, 큰 당은 있어도 높은 나라, 높은 당은 없다.' 이 역시 수정주의, 대국주의, 지배주의를 추구하는 우방국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입니다.

공개 문서에 따르면 김일성의 발언은 당시 쿠데타로 정권에서 물러나 평양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김일성과 친형제처럼 지냈던 캄보디아의 노로돔 시아누크에 의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는 리처드 홀브룩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만난 자리에서 이 내용을 전하면서 김일성은 남침할 의사가 없으며, 미국과 싸울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김일성의 건강에 대해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며, 목 뒤의 혹은 눈에 띌 정도로 크다'고도 했죠.

물론 외교적으로는 침략의 의사, 전쟁의 의사가 없다고 했겠죠. 그러나 북한 수뇌부에서는 당시의 1980년 광주사태를 무력통일의 기회를 놓친 절호의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납치됐던 신상옥감독이 전한 말도 있죠. 당시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취중에 '장군님(김정일)께서 조국통일 대전의 명령을 내리지 않으신단 말이야'라고 했다죠. 군은 싸울 준비가 다 됐고, 명령만 기다린다는 뜻이죠.

북한 노래가사에서도 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령이시여 우리들에게 명령만 내리시라, 단숨에 달려가 원수 미제 이 땅에서 소탕하리라.' 이 노래가사는 매일 같이 대열행진에서 불릴 뿐 아니라 군인들의 유머로도 자주 활용됩니다.

외교문서를 통해 알려진 내용 중에는 또한 당시 이란 보잉 747수송기가 매일 평양을 왕래했고, 세이셸에서 제복 입은 북한 군인이 목격되었으며, 방글라데시 군인 100여명이 북한에서 군사훈련을 받는다는 첩보가 한미 당국자들 간 면담에서 거론된 것도 있습니다.

또한 이란이 1985년 이라크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이란을 지원했을 가능성, 북한을 방문했던 아프리카 자이르 군 참모총장이 북한에서 미그-17, 미그-21기까지도 여자 조종사가 조종하며, 이들은 월남전쟁 시 월맹을 지원했다고 들은 내용을 밝힌 것도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 통일돼 북한의 비밀정보들이 모두 노출되면 어떤 요란한 내용들이 있을 지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