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서울에선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나라가 눈물바다입니다. 침몰한지 6일째가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생존자 구조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시신만 하나, 둘씩 발견되고 있죠.
피어나지 못한 꽃망울들인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부분이라서 더욱더 어른들의 마음을 아프게 허비고 있습니다. 또 한 쪽으로는 선장을 포함해 배의 선박직 선원들은 모두가 탈출해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버큰헤드호'를 아시는지요? 1852년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근처 바다에서 침몰한 영국 해군수송선 이름입니다. 당시 배에 탄 함장과 선원들, 병사들은 자신들을 모두 희생하면서 여성과 어린이들을 구해 '버큰헤드 정신'까지 생겨났습니다.
암초에 부딪쳐 가라앉기 시작한 배에는 영국 73보병연대 소속 군인 472명과 가족 162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구명보트는 단 3대뿐, 60명씩 180명만 탈 수 있었죠. 탑승자들이 저마다 먼저 보트에 타겠다고 몰려들자 누군가 북을 치기 시작했죠.
버큰헤드호 승조원들인 해군과 육군병사들이 갑판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함장 세튼 대령이 외쳤죠. '그동안 우리를 위해 희생해 온 가족들을 우리가 지킬 때다. 어린이와 여자부터 탈출시켜라.'
다들 질서 있게 탈출한 후 마지막 세 번째 보트에서 '아직 자리가 남아있으니 군인들도 타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때 한 장교가 나섰죠. '우리가 저 보트로 몰려가면 큰 혼란이 일어나고 배가 뒤집힐 수도 있다.' 결국 함장을 포함한 군인 470여명은 구명보트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배와 함께 가라앉았습니다.
타이타닉사건은 들어보셨죠? 그로부터 60년 뒤인 1912년 4월 15일 침몰한 세계 최대의 여객선 조난사건입니다. 당시에도 버큰헤드정신으로 선장과 승무원 30여명은 끝까지 배에서 내리지 않고 여객들을 구했습니다. 배에 탄 2,200명 중 1,500여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여자 승객 80%가 구조되었죠. 유감스럽게도 이번 '세월호' 사고는 4월 16일에 발생했네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과 주변을 꼭 한번 씩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옆에서 남의 일을 평가하거나 지적하기는 참 쉽겠죠. 내가 이런 일을 당했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우리 주변 동료들과 조직, 사회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렇게요.
요즘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지칭하는 '최고 존엄'이 유행어가 됐다면서요? 주민들이 입버릇처럼 '최고 존엄 오늘 어디 갔나?' '최고 존엄 오늘 무슨 행사 조직했나?'라고 조롱한 다네요.
제가 있을 때 주변 간부들이 '장군님께 심려를 끼쳐드릴라' 하면서 유머로 일을 말리던 것과 아주 유사한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이 '최고 존엄'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하면서 그의 초상화를 구한 소행까지 영웅시하고 있죠. 그리고 청소년들보고 8백만의 총폭탄이 되라고 합니다. 즉, 김정은은 북한 주민 전체의 생명과 바꿔도 되는 존엄이죠.
이게 말이 되나요?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과 영국의 버큰헤드호 사건, 타이타닉사건에서 모두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신분의 차이, 직위의 차이를 막론하고 인간의 존엄, 생명의 소중함은 다 꼭 같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인간은 약자인 어린이나 여성들, 노약자들을 먼저 돌봐야 한다는 거죠. 북한의 '최고 존엄'이 인간의 존엄, 어린이나 여성들의 존엄 이상이 절대 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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