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들어가면 다 부자, 농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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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에서는 부자에 대한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부'자가 들어가면 모두 부자라고 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기에 뽑힌 계층을 보면 진짜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우선 간부인데요, 간부는 이해가 됩니다. 대체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괜찮은 생활을 유지하니까요. 가장 잘 나가는 간부는 뭐니 뭐니 해도 간부사업을 담당한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의 직업, 취직, 이력서 등 간부문건을 다루니 누구보다도 힘이 세죠.

중앙당 간부 부 일꾼들은 보통 한 사람의 직업이나 좋은 대학추천문제를 해결해 주면 많기는 2,000-3,000달러를 받습니다. 외국파견은 더 들죠. 몇 년 전에 책정된 가격이 이 정도였으니 아마도 지금은 많이 올랐을 겁니다.

다음으로 힘 있는 간부는 당 간부입니다. 사회에서 잘 나가려면 입당도 해야지, 승진도 해야지, 또 평정도 잘 받아야지, 이들과 관계를 잘 가져야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때도 탈이 없습니다.

이들이 받는 뇌물은 다양합니다. 좀 자산이 있고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달러 현금도 받고, 외화식당 대접도 받죠. 명절 때마다 중국 맥주 한 지함, 던힐 담배 한 보로씩 받아 챙기기도 합니다.

각종 관혼상제를 계기로도 뇌물을 받습니다. 노동당 입당 비용이 한 때는 300달러였는데 지금은 한 500달러 되겠죠.

'부'자가 들어간 부자에는 어부도 속합니다. 사실 남쪽이나 외부세계에서는 제일 어려운 직업중의 하나가 어부입니다. 옛날부터 속된말로 '칠성판을 지고 배를 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배와 어로기술이 발전하여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며칠씩, 때로는 몇 주일씩 바다에 나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육지에서 밥벌이하는 사람들보다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죠.

국가경제가 하도 황폐화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건에서 북한 어부들이 배를 타고 목숨 걸고 생선이라도 잡아 팔기 때문에 부자로 불리는 가 봅니다.

가장 의아스러운 부자는 과부입니다. 왜 과부들을 부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주위에서 외간남자들과 부정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비꼬아 포함시킨 것 같습니다. 하여튼 인민들이 항간에서 선정한 부자에는 과부도 들어있습니다.

그렇다면 농부도 '부'자가 들어가서 부자일까요? 글쎄요. 북한에서 농사는 가장 어렵고 힘든 직종에 속합니다. 오죽하면 당의 방침으로 농장 세대는 대대로 다른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하고 농장에 고착시키는 정책을 펴겠습니까?

제가 3대혁명소조로 강원도에서 일할 때도 이를 관철하느라 꽤나 속을 썩었습니다. 도시의 공장, 기업소들은 배급도 잘 주지 않고, 월급도 높지 않은데 어떻게 해서라도 도시노동자로 옮기려고 하더라고요. 농촌처녀들의 구호는 '가자 도시로, 오르자 아파트!'라고 하죠.

남한에서는 '사'자가 들어간 사람들을 잘 나간다고 합니다.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회계사, 변리사 등입니다. 이들은 고학력에 높은 소득수준을 유지하고 삽니다. 시대상황에 따라 그 순위가 달라지기도 하죠. 요즘에는 변호사가 너무 많이 배출돼 문제가 되기도 한답니다.

직업, 부자의 기준도 차이가 있지만 여성들을 대하는 풍조도 많이 다릅니다. 북한에서는 남자들이 돈 벌이를 잘 해오지 않아 '집지키는 멍멍이,' 쓸데없는 '낮 전등,' 남편을 '불편'이라고 하죠.

남쪽에서도 여자들의 위세가 대단합니다. 유머를 몇 가지 소개해 드릴까요?

황처가, 아내가 같이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황송해하는 남편. 공처가 또는 엄처가, 아내에게 꼼짝 못하고 눌려 지내는 남편. 종처가,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하는 남편. 벽처가, 아내를 보면 벽으로 붙어 서는 남편. 혈처가, 아내가 기침만 해도 숨을 곳을 찾는 남편. 한처가, 아내를 보면 등골이 오싹오싹하고 땀이 나는 남편.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