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양절 100돌은 잘 쇠셨습니까. 열병식에, 당 대표자회, 김일성화 전시회,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불꽃놀이까지 집체행사에 조직군중으로 참석하느라 굉장히 바쁘셨겠네요.
며칠 전 김일성광장에서는 남한의 어버이연합, 북한인권학생연대가 서울 광화문에서 벌인 3대 세습반대, 로켓시험 반대시위를 비난하고 서울을 불 마당질하겠다는 평양시 군민대회가 열렸더군요.
제가 한창 학교 다닐 때 이런 말이 유행했습니다. 말을 잘 하는 것, 욕설을 잘 퍼붓는 것을 두고 '구강 업이 발달했다'고 했죠. 일종의 유머, 은어였습니다. '너 구강 업 괜찮은데,,,' '그 친구 구강 업 장난이 아니야.'
우리를 배워준 국어선생님의 구강 업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숙제를 해 오지 않은 애들을 세워놓고 '야, 너희 이마빡에 사 꾸라 꽃이 펴 봐야 알겠어?'라고 했죠. 이걸 본 따 어떤 애들은 '야, 너 코밑에서 붉은 기가 휘날려봐야 정신 차리겠어?' 뭐 이런 식으로 서로 놀 리군 했죠.
근데 얼마 전 평양시 군민대회에서 보여준 주체조선의 구강 업은 진짜 장난이 아닙디다. 그것도 완전히 직설법으로요. 욕이란 욕은 다 모아놓은 느낌이었습니다. 북한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저도 얼굴이 뜨끈뜨끈 해지더라고요.
서울 광화문에서 3대 세습,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를 비판한 어른들, 대학생들에게는 '이제 인생을 다 산 늙다리들,' '꼭대기에 피도 안 마른 깡패 대학생들'이라는 '칭호'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남한정부가 이들을 끌어 모아다 조종을 했고, 부추겼다고도 했죠.
남한에서는 정부가 이런 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습니다. 정부행사에도 가기 싫으면 돈을 준다고 해도 나가지 않죠. 정부가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는 일은 법적으로 정해진 의무병역이나, 민방위훈련 같은 것입니다. 투표율도 50-60%정도입니다.
지난 3월말 58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서울에 모여 진행한 세계핵정상회의 때도 교통체중을 막기 위해 자가용차 통제를 좀 했는데, 이에 참가한 사람들은 반도 되지 않습니다. 자율적으로 진행된 일이기 때문이죠.
군민대회는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이명박대통령도 그야말로 '죽탕 쳐' 욕을 하더라고요. 북한이 그렇게 미워하는 언론사들인 조중동, 이번에 시위에 참가한 할아버지들, 대학생들과 남한의 대통령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들 모두는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앞장서 욕을 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할 일 없어 개인들 시위하는 것까지 거들겠습니까.
최근 남한정부의 대북정책도 유연성을 표방해 북한과 대화하고, 관계를 개선하자고 계속 제안해 왔습니다. 근데 별의별 욕을 다 퍼붓더라고요.
청년대표는 '만고역적 xxx패당과 그에 추종하는 인간찌꺼기들을 역사의 심판대우에 올려놓고 500만개의 각을 떠서 칼 탕쳐 죽일 멸적의 투지'를 선동했습니다.
로동계급 대표는 '…거지발싸개 같은 xxx놈한테는 총알도 아까우니 민족의 심판대우에 열흘이든 백날이든 매달아놓고 더러운 몸뚱이의 피를 깨끗이 말리 워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목청을 높였고요.
여성 대표는 남자들보다 더합디다. '송장이 다된 늙다리허수아비들, 애송이 불 망종'에 이어 '상통을 총창으로 꿰고, 벼려온 분노와 복수의 서슬 푸른 칼로 가죽을 통째로 벗겨내고 말리 워 죽여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최고 존엄이 위대하기로서니 15만 명이 모인 국가적인 행사자리에서, 전 세계가 다 지켜보는 가운데 이런 상말을 죽탕 쳐 퍼부어도 되나요?
아름다운 우리말, 평양문화어, 공산주의도덕은 이제는 다 사라졌나 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