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낙지 먹는 사람은 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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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출입차단으로 '황금알을 낳는 공단,' '충성의 외화벌이 기지'인 개성공단이 개발 15년 만에 폐쇄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한 때 외화의 소중함, 국가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김일성은 이렇게 표현했죠. '마른 낙지 먹는 사람은 역적이다.' 즉, 외화벌이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수산물, 특히 마른 낙지를 먹어치우는 사람은 귀중한 외화수출원천을 좀 먹는 죄인이라는 뜻입니다.

북한에 외화가 오죽 없었으면, 나라에 외화가 오죽 귀했으면 이런 말을 했겠습니까.

북한에서는 충성의 외화벌이, 당 자금 마련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소학교 학생들은 꼬마계획을 할당받아 매주, 매달 자기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토끼를 길러 토끼 가죽을 바쳐야 하고, 가장 점수를 많이 받는 것은 황구 가죽입니다. 최근에는 수달도 키워 외화벌이를 하죠. 전선을 벗겨 동과 알루미늄도 마련하고, 차 배터리를 녹여 연도 만듭니다.

공병수매, 파지수매, 금촉만년필 수집, 고사리 캐기, 약초 캐기 등 할 수 있는 것은 죄다 찾아합니다.

어른들은 송이버섯 따기, 고사리 캐기, 실뱀장어 잡기, 때로는 볏짚수출도 하죠. 이외에 사금채취, 연, 아연 제련, 벌목 등 최대한의 원천동원을 통해 외화벌이에 이바지합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원천이 줄어 그야말로 팔 수 있는 것은 몽땅 내다 파는 식이었죠. 어떤 사람들은 고압선을 자르고 공장의 변압기를 뜯어 팔아 포고문에 걸려 총살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군에서 탄약까지 나오기도 했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나라의 자연, 자원이 황폐화되는 것을 크게 걱정했습니다. 백두대간, 원시림이 벗겨져 앙상해 졌고, 좋은 원목, 나무들이 밀가루 몇 포대, 강냉이 몇 킬로에 중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강에는 실뱀장어를 포함해 물고기 씨가 마를 정도였고, 산에는 약초와 버섯, 고사리, 나물이 종자가 마를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외화가 귀하고 절박함에도 북한은 남한의 일부언론이 개성공단을 '황금알을 낳는 공단'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남한의 통행을 차단했고, 북한근로자들을 철수시켰으며, 지금은 문을 닫느냐 마느냐는 생사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북한근로자들은 5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의 일자리가 하룻밤사이에 없어졌고 가족들을 포함해 수십만 명이 당장 생계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고의 노동환경에서 일했고 후방사업도 잘 받았으며 또 가장 중요하게는 나라에 수많은 외화를 벌어다 주었습니다. 다 잘 아시겠지만 이들에게 매달 달러로 차례지는 월급은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들어갑니다. 1년에 9천만 달러에 달하죠.

제가 일했던 북한의 대외보험총국은 노동당이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관으로서 해마다 2천만 달러를 혁명자금으로 김정일에게 바쳤습니다. 북한기관들 중에서 외화벌이를 가장 잘 하는 기관 중의 하나로 그 대가로 많은 혜택도 받고 있죠.

해마다 노력영웅을 1-2명씩 배출하고 많은 국가수훈과 훈장도 받고 있으며, 좋은 차에 좋은 집을 쓰고 살면서 온갖 호의호식을 다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대표부들도 많이 가지고 있고 외국출장도 자주 다닙니다. 명절 때마다 냉동기, 녹화기, 천연색텔레비전, 자전거 등 부러운 것 없이 공급받고 식량 100%, 주기적인 식료품 공급도 떨어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이런 최고의 중앙기관을 4개 이상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사죄와 폐쇄의 길로 가고 있는데 북한이 '영원한 주석으로, 위대한 태양으로 모시고 있는 김일성주석'의 유훈에 비추어보면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자는 만고역적'이 아닐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