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는 이런 유머가 있죠. '택간이 심정!' 예술영화 '보이지 않는 요새'의 부정인물 택간이가 처한 딱한 사정을 빗대 이르는 말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었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처지에 있을 때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뉴욕 유엔대표부에 파견돼 근무하는 북한외교관들이 정말 '택간이 심정', '택간이 처지'에 빠졌었습니다.
지난 4월 30일에 있은 일인데요, 미국과 한국 유엔 대표부가 공동 주최한 탈북자 초청 간담회에서 리성철 참사관을 비롯한 북한외교관 3명이 발언권도 얻지 않은 채 방청석의 마이크를 켜고 10분 동안 성명서를 내리 읽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사회자가 나중에 발언권을 주겠다고 제지했지만 이들은 막무가내로 '이번 행사는 북한정권을 흔들려는 미국의 의도'라며 '탈북자들은 조국을 버린 배신자들'등의 성명서를 내리읽었습니다.
서맨사 파워 미국대사는 거듭된 중단요청에도 그들이 응하지 않자 '경비요원을 불러 쫒아내겠다'고 하였으며 방청석에 있던 탈북자들은 '중단하라', '김정은타도', '자유북한'이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준비한 성명서를 내리읽은 북한외교관들은 10여분 만에 퇴장했고요.
이 소식을 TV를 통해 전해 들으면서 저는 마음이 착잡했다고 할까요, 그 외교관들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국제사회의 인권압박과 북한에서 살다온 탈북자들의 인권증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응을 하자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겪이 돼 말이 되지 않고, 그렇다고 대응을 하지 않자니 내일이라도 당장 소환돼 능지처참 당하겠고, 그야말로 '택간이 심정'이 아닐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택간이는 그래도 속이는 듯 속는 듯 대충 넘어가면 되지만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최고존엄'의 권위를 제대로 옹위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묻힐 땅이 없게 사형당할 테니 '택간이 심정'의 백배, 천배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북한에서의 처형사건과 관련해 들려오는 소식들에 의하면 김정은은 당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도 가리지 않고 죽이고 있으며, 올해에만도 부상 급 간부 15명을 처형했다 네요.
이중에는 임업성 부상,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도 포함됐는데 임업성 부상은 올해 1월 산림녹화에 불만을 토로했다 처형됐고,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은 대동강 과학기술전당을 기존의 돔 형태 지붕대신 김일성화 모양으로 하라고 김정은이 지시하자 그렇게 설계를 바꾸면 시공도 어렵고 기간도 연장된다고 토를 달다 처형됐다죠.
그리고 은하수관현악단 총감독과 감독관 등 예술인 4명도 처형했다는데, 사형방식도 요즘은 박격포, 화염방사기에 이어 4신 고사총으로 살붙이 하나 남기지 않고 죽여 버린다네요.
로마의 폭군황제 네로는 자기 어머니와 옥타비아 황후까지 죽이고 로마를 불태웠으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기독교인들을 죄인으로 몰아 처형하다 31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쳤습니다.
김정은이 지금 폭군으로 갖은 패륜적 행패를 부리는 것도 혹시 자기 손에 고모와 고모부의 피를 묻혀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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