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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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 월요일이 서울에서는 어린이 날이었죠. 북한에서는 6월 1일 국제아동 절과 6월 6일 소년단창립절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적 명절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서울에서는 어린이 날 5월 5일이 공휴일이고, 다음날인 6일은 석가탄신일이어서 또 쉽니다.

이번 연휴는 지난주 토, 일까지 합치면 4일 내리쉬고, 지난 목요일 5.1절까지 끼어서 금요일만 하루 휴가내면 6일간 쭉 쉴 수 있는 황금명절기간입니다.

그러나 지난 4월 16일에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침몰 참사로 많은 행사들이 대폭 축소되었고, 분위기도 숙연한 추모, 애도분위기입니다. 아무쪼록 아직까지 찬 바다에서 건져내지 못한 40여명의 학생들, 희생자들을 될수록 빨리 찾아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번 사고 희생자는 대부분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어서, 그리고 또 어제는 어린이 날 명절이어서 더 슬프고 가슴 미어지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나라의 미래, 왕이라고 하는 어린이들이 정말로 미래의 역군으로 잘 자라나고 있는지요?

'밝아오는 조국 땅의 노을빛으로, 붉게 타는 넥타이를 펄펄 날려라, 우리들은 공화국의 나 어린 영웅들, 사회주의 건설자로 배워나간다, 소년단 동무들아 깃발을 높여라, 원수님의 뒤를 따라 힘차게 나가자. 항상 준비!'

북한에서 태어난 어린이라면 누구나 소년단에 입단하면서 배우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붉은 넥타이를 매고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 앞에 서서 '대원수님들의 충직한 아들, 딸로서 억세게 싸워나가겠다'고 선서도 하죠. 지금은 김정은이 하나 더 포함됐겠네요. 3명 앞에서 해야 합니다.

소년단 정치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어려서부터 이들이 모두 김 부자를 위해, 김 부자에게 충성 다하게 키우는 것입니다. 교실에 화재가 나 김 부자의 초상화를 구하고 자기의 목숨을 바치면 영웅으로 만듭니다. 그의 이름을 딴 학교도 생기죠.

방과 후 시간을 깡그리 바쳐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는 '꼬마계획'도 수행해야 합니다. 개가죽, 토끼가죽 각출은 기본이고 동, 알루미늄 수매를 위해 집에 있는 놋그릇, 가장집물도 모두 바치죠.

'소년 호' 탱크,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파철수집도 해야 합니다. 일부 어린이들은 마약생산을 위해 아편 꽃, 진 채취에도 동원되지요.

평양 시 어린이들은 수령의 위대성 선전, 외화벌이용 아리랑축전, 집단체조에 동원됩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동안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하고 고역에 시달려야 하죠. 실컷 부리고는 교과진도를 압축적으로 해결합니다. 때론 김 부자 배려라면서 공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업시키기도 하죠.

봄철과 가을 농사철이 오면 농촌에 가장 먼저 동원되는 것이 학생들입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농사일은 도맡아해야죠. 그래서 '강냉이영양단지는 학생단지'라고도 합니다.

요즘 북한 어린이들, 학생들의 키가 줄어든다면서요. 남쪽보다 평균 7-10cm, 심하게는 15cm까지 차이가 난답니다. 몸무게는 10-20kg 더 적게 나가 구요.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걸려 많은 어린이들이 발육장애, 질병에 시달리고 있죠.

그러나 북한 어린이들은 항상 밝은 얼굴로 이렇게 외쳐야 합니다. '항상 준비!' 조국과 인민, 수령을 위해 지덕체를 갖춘 역군으로 언제나 희생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맹세하는 외침입니다.

언제면 이들도 자신들의 꿈과 희망, 미래를 위해 '항상 준비'를 외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