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며칠 전 연합뉴스 기사에는 김정은 서기실장 겸 의전국장으로 김창선이 임명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김창선은 김정일 생존 시 그의 서기실 부부장으로 일했었죠. 서기실장이면 노동당 조직부 부부장 또는 1부부장 격인데 별은 중장밖에 달지 않았으니 좀 의아하기도 합니다.
한때 그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행정부문 부부장으로도 일했습니다. 그러다 좌천되어 10여 년 동안 평안남도 안주시 당 조직비서로 있었죠. 아마도 현재 김정은체제의 후견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도움으로 다시 핵심위치에 복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전 부인은 북한에서 잘 알려진 류경수 전 105탱크사단장,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의 딸 류춘옥이었습니다. 그는 김정일 여동생 김경희와 가까운 친구로 노동당 국제부 과장으로 일하기도 했죠.
북한에서는 기관 당 비서나 간부들에게 남보다 먼저 접근해 무엇을 고자질 하거나 아첨피우는 현상을 '문고리를 먼저 잡는다'는 은어로 표현합니다.
부서에서 다른 직원들과 마찰이 있을 때, 부서장이 다른 부서장들과 문제가 있을 때, 위에서 검열을 내려온 간부에게 먼저 자수해 자기의 잘 못을 축소하려 할 때 모두 이 방법을 씁니다.
자기 승진문제를 해결할 때도, 외국에 파견되거나 자식문제를 해결할 때도 당연히 문고리 잡기를 많이 합니다.
사실 눈이 바로 배긴 일부 간부들은 문고리잡기를 먼저 해 남들을 고자질 하는 사람들을 이용은 하지만 속으로는 확실하게 배척합니다.
저 사람과 가까이 했다가는 나도 저런 고발을 당할 수 있겠구나, 저 사람은 겉과 속이 좀 다른 사람이로구나 하는 생각에서죠.
결국은 당장은 좀 이득을 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남들의 배척을 받고, 따돌림을 당하고, 신뢰를 잃게 됩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많은 간부들이 교체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는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척도로 발탁되겠지만 다수는 문고리 잡기, 남들을 디디고 올라서는 방법으로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장성택과 가까웠던 인물들이 권력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이죠. 지금 북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최룡해 역시 장성택과 아주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가 사회주의청년동맹 1비서를 할 때 장성택은 이 조직을 지도한 당 청년사업 부장이었습니다.
노동당의 도당을 총괄하는 비서자리를 차지하고, 평양시 당 책임비서가 된 문경덕도 장성택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최영림에 이어 총리자리에 오른 박봉주는 화학공업상 시절 대동강맥주공장건설에 큰 공을 세웠고, 이때 이에 투자한 혁명자금과 당적 지도를 책임졌던 노동당 행정부의 장 부장과 인연을 맺고 가까워졌습니다.
물론 총리로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실행하면서 노동당 행정부문의 600계열 과들과 수도건설총국과 마찰이 좀 있기는 했습니다만 결국은 장성택, 김경희와의 가까운 관계 때문에 총리로 다시 발탁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사망한 리제강이 심어놓은 사람들, 현재 국방위 부위원장인 오극렬이 추천한 사람들 등 작지만 보이지 않는 곁가지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작동하고 있죠.
북한기준으로 보면 문고리 잡기는 사실 반당, 반혁명적 행위입니다. 끼리끼리 분파가 형성되고, 자기들끼리의 이익을 도모하며, 부정적인 뇌물이나 인간관계의 확산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당과 수령을 위한 문고리잡기는 지도부입장에서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그 내용과 결과와는 상관없이 대체로 그 진의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추구하는 인간본능의 행동이 아닐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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