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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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북한에서 유행하는 구호들 중 그래도 건질만한 몇 안 되는 좋은 구호입니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이것도 참 좋은 구호죠. 현실이 어떻든 말입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마시고 좋은 날, 좋은 세상이 꼭 오리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살자는 의미에서 북한에서 그리고 외부에서 잘 알려진 유머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평양동물원에서 있은 일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김정일 장군님께서 현지지도 내려온다는 지시가 떨어져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사자 사육사인 최고기동무가 제일 난처해졌습니다. 평소에 이름 그대로 고기를 좋아해 먹이로 나오는 고기를 너무 많이 조절해 먹다나니 사자들을 모두 굶겨죽였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행군'시기라 사료용 고기도 적게 나오고, 게다가 배곯는 동물원 간부들이 떼로 모기 붙다보니 영양실조에 걸려 시름시름 앓던 사자들이 우리에 난 풀까지 뜯어먹다 며칠 전 모두 굶어죽었죠.

더구나 그 중에는 아프리카의 한 대통령이 선물했다는 동물원의 보물사자도 있었습니다. 머리를 싸매고 앓아누웠던 최고기동무의 머리에는 갑자기 묘안이 번개같이 떠올랐습니다. 자기가 직접 사자 가죽을 쓰고 우리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김정일의 방문 직전 선발대가 먼저 내려왔습니다. 한 간부가 사자우리 앞에 서더니 '저 사자는 왜 저리 축 늘어져 있소?'하고 물었습니다. 사정을 잘 아는 동물원 당 비서가 얼른 대답했습니다. '고기 배급이 적다보니 굶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 큰 우리가 너무 썰렁하니 당장 다른 맹수를 채워 넣으시오!' 이어 철문이 열리더니 호랑이 한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들어왔습니다.

사자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던 최고기동무는 혼비백산했습니다. '어이쿠, 이렇게 호랑이 밥이 되다니,,, 고기를 너무 좋아했더니 결국 고기밥이 되는구나,,,'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호랑이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사자에게 소곤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여. 최 동무. 나야. 김 과장이야. 많이 놀랐지?'

김정일과 푸틴이 모스크바 고층빌딩에서 회담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휴식시간 두 사람은 너무 심심해 누구의 경호원이 충성심이 더 높은지 내기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푸틴이 먼저 특수부대 출신 경호원 세르게이를 불러 창문을 열고 말했습니다.

'여! 세르게이, 뛰어 내려! 대담함을 보여줘!' 그러자 그는 울먹이며 '대통령님, 왜 이러십니까? 저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있습니다!'라고 애원했습니다. 푸틴은 미안해하며 그를 그냥 내 보냈습니다.

이때 김정일이 큰 소리로 자기 경호원 김다해를 불렀습니다. '다해! 뛰어 내리라우!' 김다해는 두 말 없이 뛰어내리려고 창문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푸틴이 그를 덥석 끌어안으며 말렸습니다. '미쳤어?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어요!' 창으로 뛰어내리려 발버둥 치던 김다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날 놓으라우! 내게도 아내와 아들이 있단 말이요!'

김정은이 협동농장에 현지지도를 나갔다 귀여운 돼지들을 보고 순간 기분이 좋아 돼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로 하였습니다. 노동신문에서 이 사진을 보도하려 하는데 편집자가 사진 설명 때문에 난처해지고 말았습니다.

'음,,, 김정은동지가 돼지와 함께 계신다. 이건 아닌 것 같고. 돼지가 김정은동지와 함께 있다,,,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결국 다음날 신문에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 사진에는 이런 설명이 붙었죠. '왼쪽 세 번째 분이 김정은 동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