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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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해 북한공영매체들도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성희롱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사건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신속히 이를 비판했는데요, "세계정치사상 처음 있는, 그야말로 남조선 보수패당만이 세울 수 있는 수치스런 기록"이라며 박 대통령의 인사도 맹비난했습니다. 이어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도 이번 방미를 "성추행 행각"이라고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죠. 그것도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한국계 미국여성의 몸을 다치고 호텔방에 불러 속옷도 입지 않고 있고, 참 한심한 일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자유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반드시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윤창중 대변인은 바로 현지에서 경질됐고, 그의 상관인 청와대 홍보수석도 며칠 후 사퇴했습니다. 남한 언론은 며칠째 이 사건을 대형사고로 다루고 있으며,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가 나라망신을 시켰다고 야단을 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에서 추후 조사가 있을 것이고,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할 겁니다.

지금까지 세계를 떠들 썩 하게 한 유사사건들은 많습니다. 북한에도 잘 알려졌고, 또 북한도 방문했던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전 미국대통령 클린턴도 백악관에서 근무한 인턴 여성과 성관계를 해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탄핵사태까지 발생했으나 미국 국민들이 관대히 용서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했죠. 그리고 얼마 전까지 국무장관을 지낸 그의 처 힐러리 클린턴도 그를 믿는다고 용서해 가정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른바 '붕가붕가 파티'로 알려진 섹스 파티를 열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미성년자 성 매수로 고소돼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전 국제통화기금 총재 스트로스 칸도 2년 전 미국에서 성추행으로 고소돼 체포됐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총재직에서 떨어졌고,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잃었으며 처와 이혼 당했습니다. 여인에게는 합의금으로 150만 달러를 지불했고요. 한 순간의 잘못으로 수십 년간 쌓은 명예와 돈, 가족도 모두 잃었죠.

북한에서도 사실 우리가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성희롱행위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특권층, 고위직 자녀들이 나쁜 짓을 많이 하죠. 길거리를 지나가다 전혀 모르는 여성들의 엉덩이, 가슴을 건드리는가 하면, 같은 반 여학생들의 볼에 키스를 하고 성적수치를 느낄 정도로 여기저기를 잡거나 건드리고요. 그런데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크게 문제시 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유머도 있죠. 애인과 공개 장소에서 애정행동을 했다고 해서 보안부에 불려가 조사받고 또 온갖 모욕과 비판을 받고 나온 여성이 이런 말을 했다죠. "난 내 몸이 내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내 몸이 무슨 조직의 몸인가?"

일부 나라들에서는 부부간의 억지 성행위를 강간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여성들을 성적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이리저리 흩어보거나 쳐다보아도 성희롱으로 처벌받죠. 죄질이 나쁜 자들은 전자 팔찌를 착용시켜 항상 감시하고, 제한된 구역을 벗어나면 경찰서에 경고음이 울리도록 통제하기도 합니다.

성추행과 성희롱,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차이는 단지 이것을 어떻게 처벌하고 다루느냐, 투명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