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두 짝 만 남기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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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광적인 공포정치, 잔인한 숙청소식으로 해서 외부세계가 떠들썩하고 있습니다.

IS로 알려진 극단적 이슬람조직의 외국인, 타 종교인 살인동영상, 인류문화유산 파괴행위에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도 장성택 처형에 이어 군부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사신고사총에 의해 처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이를 계기로 '똑똑히 하라우! 신발 두 짝 만 남기고 싶네?', '고사총 앞에 서보겠는가?', '다음 처형 땐 미사일인가?'라는 말이 유행일 정도라고 합니다.

외부세계에서는 '졸면 죽는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고, '백두 혈통'을 '백정혈통'으로 '광폭정치'를 '공포정치'로 바꿔서 부르기도 하고 있고요.

아마 북한에서의 신발얘기는 고사총으로 시체를 완전히 훼손하고 없애버리는 처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발 두 짝만 남게 된다는 것을 공포스러워 또는 비판해 하는 말이겠습니다.

현영철 숙청은 '종파놈들은 불줄기로 태우고 탱크로 짓뭉개 흔적을 없애 버리는 것이 군대와 인민의 외침'이라고 외치는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체제가 벌이는 광기의 절정인가요?

사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히히 닥닥 거리며 모란봉 예술단 공연을 같이 보던 측근 중의 최측근을 개처럼 끌어내다 자기 동료 장성들 수백 명, 그리고 가족까지 보는 가운데 비행기 잡는데 쓰는 사신 고사총으로 총살해 버린다니 그야말로 짐승도 낯을 붉힐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김정은이 자기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할 때 사냥개를 풀어놓았다는 얘기가 외신을 통해 나오겠습니까? 그리고 고모 김경희는 독살시키라고 했다죠. 어쨌든 장부장의 시체를 남기지 않았겠으니 실제로 어떻게 처리했는지 앞으로 밝혀지겠죠?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에서 숙청의 광기는 정말 북한기준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그래도 노동당의 권위를 의식해 중앙당 부원이상 인물들에 대한 조사는 창광안전부에서 특별히 했고, 이들을 법적으로 다루는 것은 반드시 김정일의 방침을 받아야 했었죠.

그런데 김정은이 통치를 시작하면서 죽인 고위간부 70명 중 85%가 노동당 간부라면서요. 여기에는 당의 가장 핵심부서들인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도 포함됐다고 합니다. 이들의 집도 마구 수색하고 뒤진다죠.

지금 화살은 다시 군부로 쏠리고 있습니다. 변인선 작전국장도 숙청됐고, 현영철은 고사총으로 처형했으니, 다음 차례는 누가될까요?

김정일의 여동생과 매부도 눈에 뵈지 않는데 아마 다른 사람들은 바퀴벌레나 파리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요즘 북한사람들은 이런 말도 한다죠. '김정은? 태양 맞다. 왜냐면 너무 가까이 가면 타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거나 굶어 죽으니까.'

아마 지금 북한간부들은 모두 '태양'과의 간격을 어떻게 잘 조절할까 온통 그 생각일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김정은 주위에는 간신들만 득실거리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