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본격적인 농번기여서 올해도 예년처럼 전국적인 모내기동원이 시작됐겠죠.
지난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함경북도에 있는 어랑천 수력발전소 건설장에서 포신과 포탑이 없는 탱크를 견인차로 이용하는 사진이 실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제는 인력동원 외에도 탱크까지 해체해 건설에 동원하고 있으니 발전소 건설장들, 농장들에 설비나 윤전기재가 얼마나 바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8일부터 20일 사이 동해바다를 향해 단거리 미사일, 단거리 유도탄으로 추정되는 발사를 퉁, 퉁 해대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농장포전은 나의 포전이다'라는 구호아래 소년단원들은 물론 각 중앙기관 공무원들, 군인들까지 농사를 짓는데 총동원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북한에서는 수십 년 동안의 식량난으로 식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 정말 다양합니다. 동시에 인민들의 일상을 반영한 유머들도 많이 쏟아지고 있죠.
어느 날 저녁 굶주림을 달래려 주변 농장 강냉이 밭을 습격한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군에 입대하면 일명 '조절하기'의 미명하에 인근 부대의 하식기재 습격, 포탄씌우개 습격 등 '도둑질'에 도가 튼 이들은 이날도 여유롭게 습격에 성공하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하도 농작물 유실이 많아 경비에 목숨을 걸었던 작업반장의 순찰에 딱 걸려들었습니다. 사실 보안원들에게 잡혀도 군부대에 복귀하면 '8삭 둥이'라고 썩어지게 욕을 먹는 분위기라, 민간인에게 군인들이 잡해면 아예 군인취급을 당하지 못하고 어떤 수모와 욕을 먹을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이런 사정이라 군인들은 강냉이를 들쳐 메고 36계 줄행랑을 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맥이 없어 온갖 엄살을 다 피우면서 훈련, 노동에 꾀를 부리던 이들인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수십 키로가 넘는 강냉이 자루를 메고 그야말로 홍길동처럼 뛰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을 죽을힘을 다해 쫒아가던 작업반장과 경비원은 군인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야, 이 자식들아, 군민일치 모르냐~~~'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그러자 한 군인이 '여, 동무. 농장포전은 나의 포전이야'라고 되받아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다른 한 군인이 또 '우리초소, 우리농장 모르냐~~?'라고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작업반장, 경비원은 할 소리가 없게 됐죠. 사실 북한에서는 군민관계의 발전을 위해 일찍부터 '우리초소 우리공장,' '우리초소 우리농장,' '우리 초소 우리학교'운동을 힘차게 전개했었죠. 인민들은 군인들의 초소를 우리초소로 여기고 그들을 잘 원호하라는 의미고, 군인들은 공장, 농장, 학교를 자기의 것처럼 소중히 여기고 잘 도와주자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농작물 습격을 합리화하는 구호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구호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도 조롱의 대상, 자신들의 행동을 변호하는 것으로 이용한답니다.
군인들이 민간인들의 재산을 도둑질할 때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물건을 훔쳐 장마당에 내다 팔 때, 농장원들이 포전에서 농작물을 무단으로 가져갈 때도 모두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고 말하죠. 주민들도 결심만 하면 한다는 뜻입니다.
또 이런 말도 한다죠. 고위 간부의 집을 습격하고 돌아가면서 옆의 친구가 '이거 이러다 잡히면 큰일 나겠는데'하니까, '야, 우리는 모두 한 가정 모르냐? 수령, 당, 대중이 모두 일심동체란 말이다'라고 했다나요.
앞으로 이들이 김정은 별장을 습격하면서도 이런 말을 곧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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