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전 국제통화기금(IMF)총재의 호텔 여직원 성폭행 미수사건으로 떠들썩합니다. 사건은 미국의 뉴욕에서 터졌는데요, 총재의 이름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나이는 62세로 프랑스사람입니다. 대학교수, 정치인, 관료를 두루 거친 그는 2007년 IMF 총재에 올라 세계금융위기의 해결사로 활약했습니다.
미테랑정부 때는 산업장관도 했고 1997년 조팽 내각에서는 재무장관으로도 지냈습니다. 며칠 전까지 만해도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후보로 지지도가 40%대를 달리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 감이었습니다.
세계경제를 주름잡던 거물, 프랑스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후보가 하루아침에 성범죄자로 몰락하였습니다. 그의 성추행과 사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8년에는 부하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사과를 했고 프랑스의 한 기자는 자기도 성폭행 당했다고 그를 폭로 했습니다.
대선후보로 부각되자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좌파란 뜻으로 '샴페인 좌파'라는 비판도 받았는데요, 고가의 주택과 미술품을 구입하고 고급승용차를 타는 그는 이번에도 하룻밤에 3,000달러나 하는 스위트룸에 투숙하다 일을 저질렀습니다.
사건발생 후 특종뉴스들로 언론이 온통 들끓었는데요, 체포당시 수갑을 찬 초라한 모습을 공개해 프랑스 일각이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발끈했는가 하면, 일반 잡범들과 같이 법정에서 다뤄지는 모습에 '미국의 평등'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들렸고, 한 사람의 실수를 프랑스 전체의 난잡한 성문화로 오도하는 영미권의 시각에 대한 비판, 등 북한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할 뉴스들이 미디어를 도배했습니다.
또한 미국 갱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뉴욕의 악명 높은 구치소에 수감될 것이라는 소식도 터졌습니다. 라과디아 공항 인근 섬에 위치한 이 구치소는 하루 1만 명이상 수용하며 칸 총재가 수감될 구치소 내 웨스트 퍼실러티(West Facility)에는 주로 전염병에 걸렸거나 다른 이들과 격리할 필요가 있는 위험한 범죄자들만 수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독방 수감에 앞서 알몸 수색은 물론, 신체검사와 정신과 검사도 받아야 한다나요.
성추행, 성매매, 성범죄하면 북한도 예외는 아니죠. 그중에서도 당 일군들에게만 특별히 따라다니는 유명한 은어가 하나 있습니다. '입당도 해야지,,,'
이 말은 당 일군이 자기 여직원의 등을 쓸어 만지며 노동당 입당을 미끼로 성상납을 강요할 때 쓰는 말입니다. 요즘은 입당이나 관직도 돈으로 값이 매겨지고 사고판다니 '입당도 해야지'가 아직도 '통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앙기관의 어느 한 선전부비서는 자기 당권을 악용하여 선전부 소속 '김일성동지 혁명사상 연구실' 관리원, 도서관 사서, 기요원 등 여자란 여자는 다 손대 쫓겨난 적이 있습니다. 그 짓 모두 '김일성, 김정일동지의 혁명사상을 따라 배우는 연구실'에서 했으니 더 엄중히 처벌받았습니다.
북한과 외부세계의 성범죄처벌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보통 조직모임에서 생활총화로 망신을 시킨 다음 경우에 따라 책벌, 혁명화 등의 처벌을 주죠. 앞의 당부비서의 경우는 아마 출당, 철직에 지방추방이 됐겠죠. 강간이나 폭행은 법적 책임도 묻습니다.
외부에서는 사실 성범죄 처벌이 더 엄격합니다. 미성년자를 다쳤을 경우에는 사형, 종신형 등 극형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형기를 채우더라도 재범을 우려해 전자 팔찌를 채우고 항상 감시합니다. 일부 나라들에서는 범죄자의 얼굴을 인터넷을 포함해 언론에 공개합니다. 주변사람들이 주의하라는 거죠.
이번 IMF총재도 도주를 우려해 처음에는 보석이 승인되지 않았지만 100만 달러의 보석금에 전자 팔찌, 여권반납, 주거지 외출금지와 감시받는 조건으로 나중에 보석이 승인되었습니다.
그의 성폭행 미수, 불법감금 등의 혐의가 확정되면 최대 25년형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혹시 '조선중앙은행'총재가 유사한 사건에 걸렸다면 어떻게 처벌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