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이야기] 누구나 해당되는 담배 '해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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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해당화 붉은 꽃이라 곱네, 해당화 붉은 꽃이라 곱네, 호랑나비는 감돌아 들고 해당화 피어서 방긋이 웃네, 아하 좋구나 해당화야, 너만 곱다 뽐내지 마라, 굴 캐는 처녀 나에게도 고운 사랑 너와 같이 피어서, 뱃사공 우리 님 날 보러온다.'

'해당화 붉은 꽃이라 곱네, 해당화 붉은 꽃이라 곱네, 아침에 볼 제 웃는 얼굴, 저녁에 보아도 변함이 없네, 아하 좋구나 해당화야, 너만 곱다 뽐내지 마라, 만선기 달고 오는 님은 정든 포구 감돌아 들면서, 굴 캐는 날 먼저 반기어 준다.'

'해당화 붉은 꽃이라 곱네, 해당화 붉은 꽃이라 곱네, 해마다 맺는 붉은 열매, 열매도 많아서 자랑일세, 아하 좋구나 해당화야, 너만 곱다 뽐내지 마라, 포구에 꽃 핀 내 사랑도 고운 열매 너와 같이 맺어서 우리의 행복을 자랑하리라.'

보천보전자악단의 김정녀가 부르는 북한민요 '해당화'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아주 감명 깊게 들었던 노래라 기사를 쓰면서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찬양으로 온통 일색인 북한에도 이런 깨끗하고 청순한 노래가 있나 해서 놀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해변에 사는 소녀들의 소박한 사랑을 그린 1954년에 창작된 민요라네요.

북한에서 해당화하면 이 노래와 함께 당연히 국민담배 '해당화'가 손꼽힙니다. 하도 대중적이고 값도 싸 '누구에게나 다 해당되는 해당화'로도 불립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 '해당화'도 인민들이 잘 몰라서 그러지 누구에게나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닐 때의 일인데요, 우리 학부에는 당간부집 자식들이 많았습니다. 외국에 오랫동안 대사로 나가 산 가족들도 있었구요. 언젠가 듣자니 한 친구가 '해당화나 피우러 가지 뭐,'하니까 누군가가 '해당화가 뭐야?'라고 묻더라나요. 사실 그때 제 충격도 컸습니다.

'북한에서 해당화를 모르면 간첩인데,'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간첩'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김정일은 지금 당 간부들 보고 담배를 끊으라고 하지만 한때는 자기도 '골초'였습니다. 그가 제일 좋아한 담배는 '로스만'과 '던힐'이었죠. 지금 한 갑에 북한에서 2-3달러 할겁니다. '555'라는 담배도 피웠는데요, 언젠가 외국인들에게 김정일은 '우리 만수대예술단은 555처럼 유명합니다'라고 자랑도 했습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아첨꾼들이 김정일에게 전문 담배나 코냑, 고급포도주(와인)를 상납하면서 장기체류하고 있습니다. 때론 외국담배가 못미더워 김부자 음식을 전문 연구하는 연구소를 통해 금줄을 친 '로스만'을 모방한 '백두산'담배도 만들게 했습니다.

김정일 가문 외에도 '해당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백성들은 일부 평양시거리를 담배기준으로 구분도 해놨죠. 안상택거리를 재일동포들이 많고 살고 수준이 높다고 해서 '세븐 거리'로, 창광거리는 당 간부들이 많고 잘 산다고 해서 '로스만 거리'로, 광복거리는 신흥 부자들이 많이 살아 '던힐 거리'로 명명 했습니다.

여기를 제외하고는 북한전체 지역이 '해당화 거리'에 해당되겠죠.

얼마 전 세계는 '금연의 날'을 보냈습니다. 지금 외부에서는 한쪽에서는 담배를 더 많이 팔지 못해,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끊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흡연과의 전쟁 중에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그 넓은 광화문, 서울광장에서 담배를 피워도 인제는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한국 돈 10만원으로 100달러정도 되죠. 북한 사무원의 거의 10년 치 월급입니다.

북한의 이웃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3억이 넘게 담배를 피우는 세계최대의 흡연국이자 담배생산지로서 해마다 100만이 넘는 흡연질환자 사망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 건물에서의 흡연을 법적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일부 나라들에서는 담배 갑에 폐암사진을 부착하는 등 피해를 알리는 것을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끔찍한 그림을 보면 사실 담배 맛이 싹 떨어집니다.

고단한 삶, 배고픈 삶, 갇혀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북한의 수많은 인민들이 술과 담배에 이어 요즘은 마약에도 의존한다니 더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우리 모두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담배를 오늘부터 싹 끊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