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못살 것이 뭐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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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이 매우 거세지고 있습니다. 스위스가 자국 내 북한재산동결에 이어 강도 높은 독자 금융제재를 발표한 후 러시아도 이에 합세하였으며, 유럽연합은 1만 5천유로 이상의 자금거래를 금지시켰습니다.

새 지침서는 '특정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한 북한 내 금융기관과 어떠한 거래를 새로 하거나 계속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적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특정 조건들' 중 하나는 '1만 5천 유로에 해당하는 거래 또는 그 이상이더라도 금융제재이행국(OFSI)의 사전 승인을 얻은 거래'라고 설명했는데요, 즉 특정조건으로 금융거래를 하더라도 1만 5천유로가 초과되면 당국의 승인을 취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앞으로 유럽연합국가들과의 거래는 철저히 당국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미재무부는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면담하는 날에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였는데요, 이로써 2005년 북한에 '피를 말리는 고통'을 주었다는 마카오 BDA제재보다 훨씬 더 강력한 대북금융제재가 가해지게 되었습니다.

2005년 당시에는 제재 결과로 2천 5백만 달러의 북한자금이 동결되었으며, BDA에 몰려 있던 북한금융기관들은 국제금융시장 거래 차단으로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다음해 북한은 1차 핵실험이라는 강수를 두게 됐죠.

그때는 마카오소재 작은 은행이 타깃이 되었지만 지금은 북한금융거래 전체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제재로 북한은 미국금융시장 접근이 완전히 차단되며, 동시에 세컨더리 보이콧 즉,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된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 어느 곳이든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주목됩니다.

사실 세계 어느 은행이든 미 달러화 거래를 하지 못하거나 미국 금융시장 접근이 차단된다면 그 은행은 당장 파산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정부는 미국의 이와 같은 독자제재를 반대한다고 발표는 하였지만 제 생각에는 정부의 개입 전에 큰 금융기관들은 물론 작은 은행들도 자발적으로 북한과의 거래를 끊거나 중단하리라고 봅니다.

다른 금융거래에 비한 북한과의 거래는 '새 발의 피'일 것이고, 세계 어느 금융기관이 북한과의 거래 때문에 은행 파산이라는 모험을 택하겠습니까.

김일성은 1994년 6월 방북한 카터 미국 전 대통령에게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죠. '이때까지 우리는 제재 받고 살았지 제재 안 받고 산 적이 없다…우리(가) 못살 것이 뭐이가, 그랬더니 (카터가) 제재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래 취소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나는 마찬가지다. 못사는가 봐라, 우리는 더 잘 산다.'

앞으로 물물교환, 현지화폐 사용, 현금거래 등 출로를 찾으려 하겠지만 북한의 금융거래가 꽉 막히면 정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