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북한 중앙TV에서는 '백두의 칼바람'이라는 서사시인 신병강이 쓴 시가 소개되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북한에서 숙청만을 다룬 이렇게 긴 시가 공개적으로 발표돼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현재 북한 사회분위기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그리고 고모부 장성택 처형이후 어수선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평생 김일성, 김정일을 위해 충성을 바치던 원로장군이 어느 날 갑자기 배신자, 반역자가 되어 사신고사총 앞에서 온 몸이 찢겨 처형되어야 하니 김정은 주변에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제정신 갖고 살수 없을 것이고, 또 이것을 바라보는 군인들이나 인민들도 북한사회를 제대로 보겠습니까.
아마 그래서 급기야 현영철 처형도 정당화하고 선대 수령들인 김일성, 김정일까지 끌어들여 마치도 숙청이 그들의 의지인양 선전해 팽팽한 사회분위기를 좀 가라앉히려 시를 발표한 모양입니다.
얼마 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현영철 처형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끔찍한 영상이 올라와 전 세계로 퍼졌는데요,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바로 앞에서 대포로 처형하는 장면입니다. 대포에 맞아 상반신은 완전히 찢어져 날아가고 하체만 곤두박질치며 떨어지는 정말 끔찍한 장면입니다.
사실 이 동영상은 현영철처형 동영상이 아니라 이슬람국가(IS)라고 하는 이라크, 시리아지역의 극단적 테러분자들이 체포한 F16조종사를 처형하는 장면으로 이미 올라와 있던 것입니다. 결국 북한정권의 잔악성이 IS에 버금가는 것으로 전 세계에 비쳐지고 있는 셈이죠.
저도 언젠가 인터넷에서 떠돌던 IS의 끔찍한 처형장면들을 몇 건 봤었는데요, 그야말로 끔찍합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의 목을 산채로 개나 닭 목 자르듯이 베는 그런 장면들입니다. 소멸시켜야 할 인간 말종들이죠.
이들이 저지른 만행들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기독교인이라고 수십 명을 잡아 집단 참수하는가 하면 외국인을 잡아가지고는 72시간 내에 2억 달러를 내라고 하고 죽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라크, 요르단 사이 아시안컵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10대 청년 13명을 화염방사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방치했습니다. 그것도 대중 앞에서요.
이를 폭로한 웹사이트는 '화형을 당한 아이들의 시신은 현장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고, 아이들의 부모는 테러범들이 자신들을 공격할 것을 두려워 해 시신 수습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년들을 이렇게 잔인하게 죽인 이유는 축구를 시청한 행위가 종교적 율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3대째 권력세습을 하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짝퉁사회 북한, 30대 초반의 어린 '수령' 앞에서 잠깐 졸았거나 건성건성 박수를 치고 정책상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어느 날 갑자기 현대판 종파분자에 몰려 사신고사총으로 난사당하는 북한, 여기서는 이러한 처형을 '백두의 칼바람'으로 미화합니다.
축구경기를 보았다고 화염방사기로 청년들을 처형하는 IS는 아마도 북한 선전선동일꾼들을 동원해 서사시를 씌우면 'IS의 칼바람' 또는 '사막의 칼바람'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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