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서울에 오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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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전격적인 회담제의로 지난 일요일 18시간동안의 마라톤협상으로 오는 12일과 13일 서울에서 '남북당국회담'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남한은 장관급회담을 제기했고 김양건통전부장의 수석대표참여를 우회적으로 제의했지만, 북한이 마지막까지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장관급회담대신 '남북당국회담'으로 개최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북측은 상급을 회담수석대표로 참가시킬 것을 약속하였으니 이에 상응한 대표를 보내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회담의제에 대해서도 북한은 6.15공동선언, 7.4남북공동선언을 당국이 공동으로 경축하자는 것을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남한은 남북현안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의견으로 맞서 완전한 합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끝났습니다.

그러다나니 남북이 회담결과 발표를 서로 다른 내용으로 하는 진풍경도 펼쳐졌습니다. 정치적 요소를 최우선 가치로 하는 북한과 실질적인 회담내용을 더 중시하는 남한과의 체제 차이가 낳은 결과라 하겠습니다.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부장, 즉 여성이 이번 북측 회담 수석대표로 나온 것도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남한의 박근혜 여성대통령을 의식해서 내 보냈다, 유화적인 대남제스처를 보여주려 했다는 등 평가가 분분합니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중국의 시진핑주석이 미국을 방문하여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미묘한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남북대화를 제기했고, 또 이달 말 박근혜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적극적으로 나옴으로서 북 핵과 관련한 국제제재공조가 어느 때 없이 강화되는 시점을 타파하고 출로를 마련하려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번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과거 북한 핵 자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꺼린 상황에서 전례가 없는 일인데요, 그것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공조하겠다고 까지 하였습니다. 북한이 앞으로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남북사이 최고위급 정상회담은 2번 열렸습니다. 모두 평양에서 진행됐죠. 김정일은 김대중대통령과의 1차 정상회담에서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죠.

이를 두고 남한에서는 다음과 같은 유머가 퍼졌습니다. 김정일이 서울에 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죠.

첫 번째 이유는 서울거리에 '총알'택시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말은 바른대로 서울에는 택시가 너무 많습니다. 수십 만 대가 되죠. 그 중에서도 총알처럼 빨리 서비스를 해준다고 해서 이를 '총알'택시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서울골목마다 '대포'집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대포 집은 북한에서의 선술집 뜻과 같습니다. 큰 대접으로 술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술집의미로 쓰이죠.

세 번째 이유는 서울에 가는 곳마다 '부대'찌개가 있다는 것입니다. 부대찌개는 미군부대주변에서 나온 음식이름인데요, 소시지, 햄, 등 미군 군인들의 보급물자들을 모두 한 그릇에 넣고 끓여 먹는 음식에서 유래되었는데 참 맛이 있습니다.

네 번째 이유는 남한의 모든 가족들이 '핵'가족이 되어 있기 때문이랍니다. 개인주의, 핵가족화가 확산되어 나온 말입니다. 사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윗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는 밤마다 '폭탄'주를 마신다는 이유입니다. 폭탄주란 맥주에 양주, 위스키죠, 그리고 소주를 타서 마시는 술 문화입니다. 요즘 평양에서도 유행된다죠. 그중에서도 소폭이 유행입니다.

이건 서울에서 유행되는 유머입니다만 아무쪼록 모처럼 마련된 이번 남북회담이 너무 정치적인 쪽으로 흐르지 말고 북쪽 주민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는 알찬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