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핵 도박, 광박인가, 양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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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고스톱, 북한에서는 화투라고 하죠, 이 고스톱의 원리를 갖고 북한의 핵 도박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볼가 합니다.

'일수부동', 우리가 북한에서 장기를 둘 때 흔히 쓰는 말입니다. 일단 수를 두면 물리지 못한다는 의미죠. 그러나 친한 친구들끼리는 물리기가 일수입니다.

고스톱에는 '낙장불입'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한 번 패를 떨어뜨리면 다시 거두어들이지 못한다는 뜻이죠.

고스톱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먼저 3점을 따면 이기고 더 자신 있으면 고(go)를 합니다. 다시 점수를 획득하면 투(2)고, 쓰리(3)고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 있습니다. 쓰리(3)고를 하면 점수는 배로 뜁니다.

고스톱 패 중에는 광이 있습니다. 이 광을 3개만 따면 바로 3점을 얻습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상대편이 광을 따지 못했을 경우 이를 광박이라고 합니다. 광박을 쓰면 역시 점수가 배로 계산됩니다. 주패로 치면 '와딩' 당한 거나 같죠.

이와 유사한 경우에는 피박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피 10개를 먹으면 1점으로 시작되는데 12개를 따면 결국 3점으로 게임을 끝낼 수가 있죠. 이때 상대방이 피를 6개 따지 못하면 피박을 쓴다고 합니다. 역시 두 배의 벌점이 계산됩니다. 광박과 피박을 모두 쓰면 이를 양박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대패죠.

북한에서는 고스톱을 화투라고 부르면서 일찍이 도박의 소지가 있어 완전히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거의나 국민오락으로 전 국민이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패를 칠 때 담배가치나 어릴 때는 '버스 권'(차표)을 대고 놀았던 것처럼 여기서도 점 50, 점 100원 정도로 대체로 가볍게 놀고 있습니다.

물론 크게 대고 놀면 도박으로서 불법이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그렇게 좋아하고 즐기는 고스톱에는 사실 정치와 경제학의 논리들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현재 핵 도박을 고스톱과 비교하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 가요? 북한은 지금 이기고 있는 것 일가요, 아니면 지고 있는 것 일가요? 지고 있다면 광박에 걸렸을 가요, 아니면 피박, 아니면 양박일가요? 저의 판단으로는 양박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이라는 광을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피박은 걸렸어도 아직까지는 광박은 면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중국도 북한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남한의 박근혜대통령을 며칠 전에 만난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은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최우선순위는 비핵화라고 확언했습니다. 결국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화를 최우선적으로 저지시키겠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와의 관계조절로 피박도 자주 면하고 살았습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시절 이전에는 고도리(작은 새)에 초단, 홍단, 청단 등 북한구미에 맞는 피들이 차고 넘쳐 게임에서 많이 이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개성공단을 북한이 먼저 차버리면서 이제는 마지막 남은 피도 없어졌습니다. 그전에는 금강산관광이라는 피도 차 던졌죠.

이뿐이 아닙니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만류에도 3차례의 핵실험을 해 유엔으로부터 3번의 고도 당한 상태입니다. 완전히 진퇴양난의 처지죠.

이 판을 흔들어 영으로 만들려고 북한은 얼마 전 남북대화, 그리고 일요일에는 북미고위급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게임을 파토시키겠다는 의도죠. 제 생각에는 진정성과 행동이 없는 한 이번에는 북한이 원하는 파토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