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이야기] ‘나라의 왕’들의 ‘아리랑 짝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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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외부에서는 북한에서 진행한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행사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것도 6월 6일이었으니 좀 신비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20,00명의 대표들을 전국각지에서 초청해 며칠 동안 평양시 구경도 시키고, 김정은 노동당 1비서도 두 번째 공개연설을 했으니 북한 역사상은 물론 세계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행사였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김정은 당1비서를 만난 어린이들이 저저마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김정은은 환하게 웃는데 저 학생들은 왜 울까? 울만한 사연이 있다면 과연 그 울음은 진실일까?

북한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저로서도 사실 이해가 잘 되질 않고 답변을 하기도 어렵더군요. 외부에서는 유명 인사를 만나면 어린이들은 좋다고 난리입니다. 같이 사진을 찍는다, 사인을 받는다, 손을 잡아본다, 질문을 한다, 등 말입니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에는 5살 난 흙인 어린이가 같은 흙인 오바마대통령의 머리를 만져보는 사진이 3년째 걸려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매주 사진이 바뀌는 관례로 보면 대단한 기록이죠.

백악관에 근무하던 부모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야곱은 대통령과 헤어지기 전에 작은 목소리로 '내 머리가 당신 꺼 하고 똑같은지 알고 싶어요'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오바마는 '한번 만져보는 게 어때?'라고 90도로 허리를 숙였고 주저하던 야곱은 '만져봐'라는 오바마의 말에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오바마는 '그래, 어때?'하고 물었고 야곱은 '예, 똑같아요'라고 답을 했다 네요. 이 사진은 오바마가 깊은 지지를 보내는 흑인들의 강력한 상징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명백한 증거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한 학생이 비슷한 질문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가요. 실례로 '김정은 선생님은 아침식사로 무엇을 드시나요? 우리와 꼭 같은 풀죽을 잡숫나요?'

아마도 김정일을 흉내 내 '너무 바빠 끼니를 건널 때가 많다,' 또는 '줴기밥(주먹 밥)을 자주 먹는다'고 답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식사로 지금처럼 그렇게 살이 찔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

그리고 그 학생은 행사가 끝난 후 슬그머니 조사를 받고 혼 쌀이 날겁니다. 부모, 학교 선생님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얼마 전 중국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아리랑집단체조가 마지막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수만 명의 학생들이 잘 먹지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고 고역에, 고역을 치루며 담당했던 학대행위였으니 될수록 빨리 끝내는 게 좋겠죠.

학생들의 출석률을 보장하기 위해 지도교원들이 개발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훈련에 남학생, 여학생을 같이 붙여주는 방법이었죠. 그야말로 '아리랑 짝짓기'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디 아프오, 집안사정이 있소 하면서 이 핑계, 저 핑계 잘 나오지 않던 학생들이 배 고품도 잊고 100% 출석률을 보이게 됐습니다. 학부모들은 오이냉국을 풀어온다, 까까오 얼음과자를 사온다, 냉면을 말아온다 후방사업에 극성이었고요.

북한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나라의 왕입니다.' 김일성이 어린이들이 나라의 미래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말이죠.

이런 노래도 있죠. '사월도 봄 명절 우리 장군님, 초소의 병사들 찾아 가는 길, 야영을 떠나는 아이들보며, 차창에 손 저어 주시네, 장군님은 전선 길로, 아이들은 야영소로.'

가사가 참 좋은 노래입니다. '장군님은 전설 길로, 아이들은 야영소로. 어린이들은 나라의 왕, 장군님은 줴기밥 인생.' 아마도 그래서 학생들이 '세상에 부럼 없어라'고 외치면서 김정은 앞에서 흐느껴 우는 것 같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