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삼바와 열정의 나라 브라질에서 지금 세계축구선수권대회, 월드컵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소식을 듣자니까 평양에서도 평양역 앞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주민들이 저녁마다 경기녹화 물을 큰 관심을 갖고 본다고 하죠. 비록 월드컵 본선에 나가진 못했지만 북한주민들도 축구를 너무 좋아하니까 4년에 한번 오는 이번 기회를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대 이변도 연출되고 있죠. 축구의 종가 잉글랜드와 지난번 남아프리카대회 우승팀인 스페인이 일찌감치 16강행이 좌절됐습니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로 꼽히죠. 스페인의 최고 명문구단인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선수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연봉이 2천만 달러가 넘죠.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 선수는 역대 최고 보수인 주급 50만 달러 이상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 두 나라가 초반 탈락했으니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축구경기에서는 변수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각 나라 축구팀은 재밌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독일에는 '전차군단'이라는 애칭이 붙어있는데요, 기술대국으로 유명하고 2차 대전 당시에도 연합국에 비해 월등한 전차를 만들었으며, 특히 질풍노도처럼 밀어붙이는 압박축구가 흡사 전차군단의 진격과도 같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는군요.
스페인 팀은 '무적함대'라고 합니다. 짐작이 가시겠지만 해상대국이었던 스페인 해군의 별명으로 16세기 오스만제국의 주력함대를 전멸시킨 이후로 이러한 명칭을 얻었죠. 그러나 이 전성기는 영국 해군에 패함으로써 막을 내리는데요, 그래서인지 스페인과 잉글랜드 간 경기는 항상 더 흥미를 자극합니다.
이번 경기에 쓰이는 공 '브라주카'는 역대 가장 아름다운 공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브라주카'란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사람'을 뜻합니다. 제작 시 정확도와 균형을 더 살려 이전보다 골이 더 많고 터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각 선수단마다 대회기간 차별화된 '섹스 지침'을 내린 것인데요, 개최국 브라질을 이끄는 명장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은 '섹스는 허용하되 아크로바틱한 자세는 안된다'고 했죠. 12년 전 한일 월드컵 때에는 완전히 금지시켰고 그래서인지 당시 독일을 꺾고 우승을 했습니다.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은 본선 종료 시까지 숙소에 아내 또는 여자 친구를 부르지 말라고 당부했죠. 멕시코 감독은 금지 지침을 직접적으로 내리지는 않았지만 '섹스를 1달 이상 참지 못하면 프로가 아니다'고 했고요.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고 아시아나라들 중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8강에 진출했던 1966년 런던 경기 때도 선수들이 이와 같은 결의와 통제를 받았으면 아마도 포르투갈에게 지지 않았겠죠? 당시 경기 전 술과 아가씨들에 많이 놀아났다면서요.
세계적인 축전이 있을 때마도 통역과 그로 인한 일화도 많은 화제입니다.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이 있었던 평양에서도 신조어들이 많이 탄생했었죠. 평양산원을 방문하면서 maternity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한 안내원이 외국인들에게 'baby producing house'라고 통역했던 것이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그래도 당시 그 곳을 '애기생산 공장'으로 이해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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