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vs. 반미투쟁월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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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6.25전쟁의 동족상잔이 일어난 지도 올해는 63번째를 맞이합니다.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남과 북에는 전쟁이 남긴 상처가 깊게 패어있습니다.

북한이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르는 6.25를 맞으며 남과 북에서는 또 서로 다른 성격의 기념행사들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한은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북한은 '반미투쟁월간'으로 각각 정해놓고 기념하고 있죠.

호국은 나라를 지킨다, 보훈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으로 남한의 국가보훈처는 국민의 보훈의식,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6월 1일부터 10일 사이를 추모의 기간, 11일부터 20일 사이를 감사의 기간, 21일부터 30일 사이를 화합과 단결의 기간으로 나눠 기간별 특성에 맞게 다양한 행사들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6월 6일을 순국선열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넋을 기리는 국가적 명절인 현충일로 지정하고 해마다 대통령이 직접 참가해 이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국립현충원에는 17만 2천명의 희생자들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시신도 여기에 있죠.

호국보훈의 달에는 다양한 행사들도 진행됩니다. 현충원 참배, 글짓기, 그림그리기 대회, 태극기 계양하기, 걷기 대회, 사진전, 외국인 참전용사들 초청하기 등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 북한에서는 이 기간을 '반미 공동 투쟁 월간'으로 지정하고 기념합니다. 대체로 6.25부터 정전협정 조인일인 7월 27일 사이에 벌어지죠. 호국과 보훈보다는 반미적대감을 고취합니다.

그래서인지 북한에서 일반인들은 '미국 놈이 원수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미국이 모든 화근의 원인, 불행의 대명사가 된 셈이죠. 그래서인지 며칠 전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도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자처해 한반도 긴장격화의 주범을 미국으로 돌리고, 유엔사의 해체도 주장했습니다. 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지만 말이죠.

'반미투쟁월간'에 북한은 다부 작 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을 수없이 반복해 상영합니다. 그리고 각종 전쟁물 영화상영, 전국적인 반미궐기대회, 좌담회, 음악회, '전쟁노병'들과의 상봉, '전승기념관' 참관, '전승 기념탑' 방문, 글짓기 대회, 성토대회, 신천박물관 참관, 외국인들과의 인터뷰 등 많은 행사들, 이벤트들을 진행하죠.

6.25전쟁 발발원인에 대한 해명에서도 극과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아직도 미국과 그 '추종세력, 괴뢰국가'들에 의한 북침을 주장하고 있고, 남한은 김일성에 의한 남침을 확인하고 있죠.

북한에서도 모든 분들이 익히 의심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남한이 북침했다면 전쟁발발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북한이 주장하는 16개국 '추종 국가'들에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아시아의 필리핀, 태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의 참전용사들에 대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전쟁당시 미군의 일원으로 참전해 그 존재가 잊혔다고 하는데요, 제주도의 5배 크기인 카리브 해의 작은 섬나라에서 6만 여명의 군을 파견해 750명의 사망자, 2천 300명의 부상자, 100명의 실종자가 나왔답니다.

또한 6.25전쟁 발발 일을 맞으며 남한에서는 최근 역사교육의 문제성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국가에서 진행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36%, 청소년의 53%가 6.25전쟁이 일어난 연도조차 모르고 있다 네요.

아마 북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밤낮 없는 사상투쟁에, 줄기찬 사상학습이 반복됐겠죠. 북한에서 늘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사상, 정신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