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물은 값 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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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올해도 반은 가고 이제 조금 있으면 지치고 지치는 삼복더위가 옵니다. 1년에 4계절이 있어 한반도에서 사는 것이 행운이라고는 하지만, 냉온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으면 더우면 더워서, 또 추우면 너무 추워서 걱정인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서울도 전기절약 하느라, 때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를 식히느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여름을 큰 탈 없이 모두 건강하게 났으면 합니다.

며칠 전 한국의 박근혜대통령은 3박 4일간의 첫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였습니다. 방문기간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해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실세들을 모두 만났습니다.

이번 방문은 한중관계의 미래 20년 비전과 방향의 밑거름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대통령은 얼마 전 미국방문 시 국회양원 연설을 전 기간 영어로 하였고, 이번에는 일부 앞부분만 중국어로 해 큰 반향을 얻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좋아한 다네요.

그리고 새로 지도자가 된 시진핑주석과도 남다른 관계입니다. 중국 고위관료들이 공개적으로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한중정상회담이라고 하니, 한중관계가 새로운 높은 단계로 도약한 것은 분명합니다. 일본도 시샘하고 있고 아마 북한과의 혈맹시절도 이제는 끝났죠.

중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1980년대 개혁, 개방을 하면서 배출한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특별하게 기억납니다. 평양에서도 방영되었었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중국자체로 기업가나 자본가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들이 많았었죠.

돈밖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또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변화된 세계관, 인생관에 대한 비판입니다.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는 한 사람이 나그네한테 길을 묻자 길을 가르쳐 준 대가로 '길 물은 값을 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영화에서는 하루 밤 사이에 벼락부자가 된 사장들이 서로 과시용 돈 싸움을 하고 돈 자랑하는, 북한기준으로는 좀 유치한 장면들도 많이 나옵니다.

한 때 '가난이 자랑스럽지 않은가'라는 대사가 나오던 중국영화와 비교해 볼 때 그야말로 큰 변화라 하겠습니다. 이런 대목들을 우리는 친구들 사이에 코믹하게 많이 써먹었었죠. 문을 열어주고는 문 열어준 값, 물을 떠오면 물 떠온 값을 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평양에서도 사실 장마당에 자릿세라는 것이 생겼죠. 아마도 자본주의적 요소, 즉 '시간은 곧 돈이다,' 또는 '공간도 돈이다'라는 원리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서 생긴 것들 일겁니다. 그러던 중국이 지금은 천지개벽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힘을 겨루는 G2로 부상하였고, 세계수출 1위, 국민총생산도 일본을 앞질러 세계 2위입니다. 2020년이 되면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된다고 합니다.

한 때는 북한사람들도 깔보고 무시하던 중국 사람들이 지금은 세계 모든 나라들을 누비며 명품 싹쓸이쇼핑도 하고 있고 관광, 유학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해마다 15만 명의 중국학생들이 밀려든다는데 모두가 부자라서 1년에 10만 달러정도 하는 학비와 비용을 거침없이 낸 다네요.

또한 중국의 개방도시, 공업지구들에 대한 세계적인 투자도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세계의 공장이라고 말 할 수 있고, made in China, 즉 중국산은 전 세계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길 물은 값 내시오'의 시장원리가 인제는 '길 물은 값 받으시오'로 변화하는 형국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