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되고 난후 첫 공개행보로 평양중등학원을 방문했는데요, 교내에서도 그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돼 북한에서의 담배문화가 새삼 회자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에서도 언론을 통해 금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지도자가 중앙방송에 담배피우는 모습이 여과 없이 비춰지니 과연 주민들은 금연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할까 하는 의문도 들고요.
애연가들은 보통 담배를 '식후일미'라고 하면서 즐깁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식후일미 흡연초'죠. 북한에서는 담배를 하도 많이 피우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유머, 일화들도 참 많습니다.
어느 날 마라초(썰은 입담배)를 파는 한 할머니가 담배 앞에 '돔'이라는 광고글자를 써놓았다죠.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해 뭔 뜻이냐고 묻자 '뭐긴 뭐겠소. 요 담배 한 모금만 빨아도 너무 독해 세상이 다 돌아간다는 뜻이지.'
그래서 무척 인기를 끌자 옆에 앉아 장사하던 할아버지는 다음날 자기 좌판 앞에 '팽돔'이라는 종이를 붙여놓았죠. 당연히 인기는 할아버지의 담배였습니다.
이튿날 할머니는 무슨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요? 바로 '벽 짚고 30초'였습니다. 자기 담배를 한 모금 빨면 최소한 벽에 기대서 30초는 있어야 정신 차린다는 뜻입니다. 어떤 장사꾼은 '마누라 헷갈림'으로 승부를 했다죠.
참, 인민들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는 기가 막힙니다. 누구도 따를 수 없죠.
과거에도 북한에서는 금연운동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김정일이 직접 앞장섰었죠. 중앙당 간부들에게도 담배를 피우지도, 공급도 하지 못하게 해 한동안 무척 괴로워했습니다.
군인들에게도 공급하지 않아 난리가 났었죠. 주변 마을들을 습격하고, 훔치고, 훈련에 빠지고, 탈영하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군인들은 거의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담배중독은 마약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담배를 끊는 사람하고는 독하기 때문에 연을 끊으라는 말이 생겨났겠습니까.
북한뿐 아니라 흡연은 전 세계적인 문제, 골칫거리로 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2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흡연관련 질병에 의해 사망하고 있으며 폐암환자의 95%, 만성기관지염, 폐기종환자의 75%, 60세 이하 남성결혈성 심장병환자의 25%가 흡연과 관계있다고 합니다.
또 흡연과 관련된 잘못된 인식도 한번 살펴볼까요? 순한 담배는 건강에 덜 해롭다. 틀린 말입니다. 순할수록 더 깊이 빨고 자주 피우기 때문에 오히려 안 좋다네요. 옛날부터 그래서 독초, 독 술을 하라는 말이 생겨났는지 모르죠.
흡연으로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일시적인 각성효과는 있지만 담배피우는 데에 대한 죄책감, 주변사람들 의식, 냄새, 건강악화 등으로 스트레스가 더 많이 쌓인다는군요.
오늘도 작심삼일이 아니라 담배를 완전히 끊는 첫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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